블로그 기자단(1~10기)/6기

우리나라 시에 등장하는 바다의 모습은 어떨까?

NIFS 2015. 2. 23. 16:11

시(時)란, 생각이나 느낌을 운율 있는 언어로 압축하여 표현함으로써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감동을 주는 문학의 한 갈래를 말합니다. 그래서 시는 여러 가지 특징이 있고, 현재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시들이 존재하고 있는데요. 이 많은 시 중에 ‘바다’에 관련된 시가 있다는 사실, 다들 알고 계시나요? 오늘은 여러분에게 ‘바다’를 주제로 하고 있는 우리나라 시 몇 편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첫 번째 時, 신경림 시인의 ‘동해바다’


 

 

 

친구가 원수보다 더 미워지는 날이 많다

티끌만한 잘못이 맷방석만 하게

동산만 하게 커 보이는 때가 많다

그래서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남에게는 엄격해지고 내게는 너그러워지나보다

돌처럼 잘아지고 굳어지나보다

멀리 동해바다를 내려다보며 생각한다

널따란 바다처럼 너그러워질 수는 없을까

깊고 짙푸른 바다처럼

감싸고 끌어안고 받아들일 수는 없을까

깊고 짙푸른 바다처럼

감싸고 끌어안고 받아들일 수는 없을까

스스로 억센 파도로 다스리면서

제 몸은 맵고 모진 매로 채찍질하면서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생활 속에서 다른 사람들의 조그만 잘못에 대해 비판하거나 분개하지만 자신의 큰 잘못에 대해서는 관용적인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이 시는 바로 이런 보통 사람들의 생활에서 일어나는 평범한 일을 소재로 하여 자신의 잘못을 내적으로 더욱 엄격하게 다스리려는 성찰의 자세를 드러내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때 시적 화자는 동해바다를 바라보면서 ‘친구가 원수보다 더 미워지는 날’을 돌이켜보는데요. 시적 화자는 무한히 넓고 깊어 모든 것을 끌어안고 받아들이는 동해바다처럼 성숙한 인격을 가질 수 있기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억센 파도에 시달리면서 자신의 마음과 정신을 단련하는 바다의 모습에서 시적 화자는 남에게는 너그럽고 자신에게는 엄격한 태도를 발견하고 이와 같은 삶의 자세를 지닐 수 있기를 소망해보는 것입니다. 여러분! 이 시를 읽는 동안 시원하게 트여있는 동해바다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았나요? 앞으로 우리 모두 바다와 같이 넓은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두 번째 時, 정호승 시인의 ‘바닷가에 대하여’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잠자는 지구의 고요한 숨소리를 듣고 싶을 때

지구 위를 걸어가는 새들의 작은 발소리를 듣고 싶을 때

새들과 함께 수평선 위로 걸어가고 싶을 때

친구를 위해 내 목숨을 버리지 못했을 때

서럽게 우는 어머니를 껴안고 함께 울었을 때

모내기가 끝난 무논의 저수지 둑 위에서

자살한 어머니의 고무신 한 짝을 발견했을 때

바다에 뜬 보름달을 향해 촛불을 켜놓고 하염없이

두 손 모아 절을 하고 싶을 때

바닷가 기슭으로만 기슭으로만 끝없이 달려가고 싶을 때

누구나 자기만의 바닷가가 하나씩 있으면 좋다

자기만의 바닷가로 달려가 쓰러지는 게 좋다


 


우리에게는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마음이 후련해질 수 있게 해주는, 그런 바닷가가 하나씩 필요한 것 같습니다. 가슴 속에 숨겨뒀던 후회와 응어리를 다 쏟아내도 좋고 그 어떤 속엣 말도 묵묵히 들어주고 포용해주는 그런 넓은 품 같은 바닷가! 혹시 그런 바다 같은 사람이 여러분에게 존재하고 있나요? 이 시를 읽는 동안 넓은 바닷가의 모습과 ‘나만의 바닷가’에 대해서 떠올려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세 번째 時, 정호승 시인의 ‘고래를 위하여’


 

 


푸른 바다에 고래가 없으면

푸른 바다가 아니지

마음속에 푸른 바다의

고래 한마리 키우지 않으면

청년이 아니지

푸른 바다가 고래를 위하여

푸르다는 걸 아직 모르는 사람은

아직 사랑을 모르지

고래도 가끔 수평선 위로 치솟아 올라 

별을 바라본다

나도 가끔 내 마음속의 고래를 위하여

밤 하늘 별들을 바라본다


 



 

이번에도 정호승 시인이 쓴 바다 관련 시 ‘고래를 위하여’입니다. 이 시에서는 ‘푸른 바다’가 등장하고 있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시를 읽는 동안 넓고 푸르고 시원한 바다의 모습을 연상해볼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시에는 푸른 바다에 살고 있는 고래가 등장함으로써 바다와 고래의 친밀한 관계를 살펴볼 수 있는데요. 이때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고래가 누구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평소에 외롭고 우울할 때 내 마음속 푸른 바다에 들어가 있는 고래가 누구인지 곰곰이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어요!



 

네 번째 時, 정지용 시인의 ‘바다9’


 

 


바다는 뿔뿔이 

달아나려고 했다.


푸른 도마뱀 떼같이

재재발렀다.


꼬리가 이루

잡히지 않았다.


흰 발톱에 찢긴

산호보다 붉고 슬픈 생채기!


가까스로 몰아다 부치고

변죽을 둘러 손질하여 물기를 씻었다.


이 애쓴 해도에

손을 씻고 떼었다.


찰찰 넘치도록

돌돌 구르도록


휘동그란히 받쳐 들었다!

지구는 옆잎인 양 오므라들고……펴고……


 



정지용 시인의 초기 시에는 ‘바다’를 제목으로 했거나, ‘바다’를 소재로 하여 쓴 작품이 10여 편에 이르는데, 위에 소개한 ‘바다9’는 시인의 바다에 대한 놀라운 상상력은 물론, 바다의 신선하고 신비로운 이미지를 느끼게 해주는 작품입니다. 이 시를 통하여 바다의 생동감 넘치는 모습, 파도치는 바다에서 느껴지는 생동감, 그리고 파도치는 푸른 바다의 모습을 찾아 볼 수가 있습니다. 이 시에서 ‘바다’는 억제되고 다스려져야 할 어떤 것, 일종의 넘쳐나는 에너지와 같은 것의 비유적 표현이라고 합니다!


 

다섯 번째 時, 이해인 시인의 ‘바다새’


 

 


땅에 어느 곳

누구에게도 마음 붙일 수 없어

바다로 온 거야

 

너무 많은 것 보고 싶지 않아

듣고 싶지 않아

예까지 온 거야

 

너무 많은 말들을

하고 싶지 않아

혼자서 온 거야

 

아아, 어떻게 설명할까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은

이 작은 가슴의 불길

 

물 위에 앉아

조용히 삭이고 싶어

바다로 온 거야

 

미역처럼 싱싱한 슬픔

파도에 씻으며 살고 싶어


 



 

이해인 시인(수녀)의 ‘바다새’입니다. 이 시를 읽다보면 마치 나 자신이 바다새가 되어 넓고 푸른 바다 위를 자유롭게 떠다니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요. 그만큼 바다의 아름다움과 흘러넘치는 파도를 느낄 수 있는 시인 것 같습니다. 시 속에서 바다새는 육지에서 느끼는 고독 때문에 바다를 찾아갔고, 푸르른 바다 위에서 가슴의 열정을 식히면서 자신의 삶을 찾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우리 또한 현실의 어려움에 얽매이지 않고 바다처럼 넓은 새로운 세상을 향해 도전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지금까지 바다에 관련된 시 다섯 편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동안 학교 국어교과서와 시집을 보면서 바다에 관련된 시를 찾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요. 알고 보면, 바다에 관련된 시가 많다는 사실! 참 놀랍지 않나요?


오늘 시 속에 나타난 바다를 통해 실제 바다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고 경이로운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시 속에서 바다는 때때로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에 바다와 관련된 많은 시들이 더욱 등장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