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시련과 마주하게 된다. 극복하는 사람, 외면하는 사람, 주저앉는 사람. 사람들의 태도는 제각각이다. 그렇다면 감당하기 힘든 시련이 찾아온다면 어떨까. 아마 이겨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 상상하기 힘든 시련을 밝은 표정으로 이겨내고 있는 한 청년이 있다. 시각장애인 국가대표 수영선수 한동호(25) 씨다. 큰 파도 앞에서 오히려 더 큰 바다를 꿈꾸는 동호 씨를 <KBS인간극장 ‘그래도 내가 좋아’>를 통해 만나보았다.
동호 씨가 시력을 잃게 된 것은 불과 5년 전이다. 시력을 잃게 된 5년 전부터 동호 씨의 삶은 모든 것이 바뀌었다. 자신의 얼굴도 이젠 가물가물하다. 중심부의 시력은 모두 소실되고 주변부의 시력만 희미하게 남아있는 상태이다. 다른 이들처럼 평범하게 성장해왔던 동호 씨는 갓 대학생이 되었던 20살에 ‘레버씨 시신경 위축증’이라는 희귀질환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갑자기 양 눈의 시력을 모두 잃어버렸다. 대학을 포기해야 했던 동호 씨는 새로운 길을 선택하게 된다. 시각장애인 국가대표 수영선수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그 자신도 예상하지 못했던 삶이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 수영은 동호 씨에게 세상을 향해 전진할 수 있게 하는 힘이 되었다. 수영뿐만이 아니다. 동호 씨는 보는 것이 힘들어진 새로운 삶에서 눈이 되어주고 마음의 힘이 되어주는 동료들을 얻었다. 그에겐 잊지 못할 기쁨이다.
[레버씨 시신경 위축증 (Leber Hereditary Optic Neuropathy(Lhon)): 젊은 시기에 특징적인 시신경의 손상으로 인해 통증이 동반되지 않으면서 젊은 성인기에 양쪽 시력이 진행성으로 악화되는 사립체성 유전질환으로, 1871년 독일의 안과의사 Theodore Leber에 의해 처음으로 기술되었다. (DAUM 참조)]
-절망에 빠져있던 그에게 수영은 친구이자 희망이 되어주었다.-
동호 씨에게 ‘런던 장애인올림픽’이라는 목표가 있다. 수영선수 중 시각장애인은 동호 씨 단 한명이다. 시력을 잃기 전에는 수영을 접해본 경험이 없었던 동호 씨, 우연히 취미로 시작한 수영은 그를 3년 만에 국가대표로 급부상시켰다. 절망에 빠져있던 동호 씨를 수면위로 올려준 것도 수영. 이제 그는 메달을 향해 열심히 헤엄친다. 동호 씨는 물속에서 새로운 삶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수영을 통해서 자신감을 얻었고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동호 씨에게 수영이란 둘도 없는 친구 같은 것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국제대회를 출전했던 동호 씨. ‘2010 광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에서 배영100m 4위에 올랐다. 메달 권에 들어가진 못했지만 첫 출전에 훌륭한 성적이었다. 20대 초반 동호 씨는 절망과 포기를 배웠고, 20대 중반 동호 씨는 극복과 기적을 배워가고 있다. 이렇게 물속에서. <잘생긴 한동호 선수의 기록> 2010년, 2011년 국가대표 선발 2010년 전국 장애인 체육대회 수영 3관왕 2010년 광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 국가대표 2011년 터키 시각장애인 세계선수권대회 국가대표 2010 제10회 광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 -50m 자유형 아시아신기록 겸 대회신기록 보유 -100m 접영 대회신기록 보유 2011, 4월 기준 한국 신기록 7개 보유 -200m 개인혼영 100m 배영 100m 자유형 100m 접영 50m 자유형 50m 평영 50m 접영 2011, 아시아랭킹 -50m 자유형 2위 -100m 자유형 3위 -100m 접영 1위 -200m 개인혼영 1위 2011, 세계랭킹 -50m 자유형 100m 자유형 20위권 -100m 배영 100m 접영 200m 개인혼영 10위권 [2012런던 장애인올림픽은 2012년 8월29일부터 12일간 진행된다. 100개국 5천여 명이 출전한다.] -국제대회에서 뛰어난 기량을 보였지만 수영은 앞이 보이지 않는 그에게 결코 쉬운 운동이 아니다.-
일상생활도 쉽지 않지만 동호 씨에겐 수영도 만만 한 것이 아니다. 앞이 보이지 않으니 벽에 부딪히는 상황이 잦은 것이다. 끝없는 연습으로 이겨내려는 동호 씨는 그래도 밝은 표정을 지었다. 하나뿐인 희망이자 다시 살아가는 힘인 수영을 포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상의 꿈이 있는 것이다. 동호 씨에겐 올해 해내고 싶은 일들이 있다. 그중 하나는 편지를 쓰는 것이다. 안보이고 나서 글씨를 한 번도 써 본적이 없는 동호 씨, 5년 만에 펜을 들었다. 다른 사람들에겐 별거 아닌 평범한 일이지만 동호 씨에겐 엄청난 용기를 내야하는 큰 도전이다. 글 쓰는 것이 이렇게나 떨리는 일인 줄은 몰랐다. 한 글자 한 글자 힘겹게 한 문장을 완성한 동호 씨, 30분 만에 쓴 그 한 문장에 벅찬 눈물을 흘렸다. 쉬웠던 일이 이렇게 두려운 일이 되었다는 사실이 동호 씨는 너무 속상하다. 하지만 나아가야할 어둠으로 한 발짝 내민 기분에 만감이 교차한다. 올해 해내고 싶은 목표 중에 홀로 여행가는 것도 도전하려 한다. 바다로 향하는 먼 길이 동호 씨에게 험난하기만 하지만 그는 고개 숙이지 않는다. 항구의 시원한 바람을 느끼면서 동호 씨는 또 하나의 도전을 넘었다. 뿌옇게만 보이는 세상에서 꿈만은 뚜렷하게 보이는 동호 씨. -5년 만에 글을 쓰고 벅찬 눈물을 흘리는 동호 씨-
-홀로 하는 험난한 여행, 바다가 동호 씨를 맞이해준다.-
동호 씨는 탓하거나 원망하는 법이 없다. 항상 고개를 들고 웃음으로 세상을 맞이한다. 부모님일도 무엇하나 놓치지 않고 도와주려는 동호 씨는 부모님에게 대견하고 자랑스러운 아들이다. 그에겐 시각장애선수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지도자가 되겠다는 꿈이 있다. 시각장애인들에게 힘이 되고 싶은 동호 씨. 그는 하늘에서 더 큰 세상과 자신이 헤엄쳐 갈 더 큰 바다를 바라봤다. 왠지 그는 해낼 것만 같다. 시련 앞에서 한없이 긍정적이고 망설임 없는 그의 표정에서 패배란 단어는 읽을 수 없었다. 사지 멀쩡한 내가 궁시렁 대며 핑계거리만 찾으려 했던 모습이 참 부끄럽다. 동호 씨가 물살을 힘차게 가르며 더 큰 바다로 나아가길, 그리고 더 이상 아프지 않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그리고 그렇게 되리라 믿는다. 잘생긴 한동호 선수 파이팅! -앞으로 이어질 그의 활약을 기대한다. 화이팅!!- 아래 주소로 가서 응원 댓글을 달면 댓글 수 만큼 한동호 선수를 후원한다고 한다. 기업의 홍보와 연결된 이벤트지만 이런 의도라면 홍보 좀 해도 되지 않나 싶다. (10월 21일까지) <KBS인간극장 '그래도 내가 좋아'>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