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비안의 해적의 모델이 된 배는 300년 동안 바닷속에 가라앉아 있었다?
사진. 캐리비안의 해적의 데비 존스 선장과 그의 배 플라잉 더치맨 호1)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를 보셨다면 ‘2편: 망자의 함’ 과 ‘3편: 세상의 끝에서’ 에 등장하는 데비 존스 선장의 배 플라잉 더치맨 호(Flying Dutchman) 를 기억하실겁니다. 바다를 가르며 나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이 배는 물론 가상이지만 선박 자체는 실제 모델이 존재하는데, 스웨덴에서 17세기에 만들어진 바사 (Vasa) 가 바로 그 배입니다.
사진 위. 캐리비안의 해적 촬영에 사용된 플라잉 더치맨2)
사진 아래. 스웨덴 바사 박물관에 전시된 배의 1/10 축소모형3)
바사 (Vasa 혹은 Wasa) 라고 이름붙여진 이 배는 스웨덴에서 폴란드와의 해전(海戰)에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 졌는데, 사실 전투에는 한번도 나가보지 못하고 1627년의 첫 항해와 함께 바다에 침몰해버린 배로 더 유명합니다. 이 배는 이후 1961년 까지 약 330년간 발트해에 가라앉아 있게 되었습니다.
바사 호는 1626년부터 1627년까지 스웨덴 국왕의 지시 하에 네덜란드 선박건조 전문가 HenrikHybertsson의 설계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바사 호는 설계가 정밀하지는 않은데, 이는 당시의 전문가들이 정확한 설계도를 바탕으로 하기 보다는 자신의 경험과 직관에 따라 배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더해 네덜란드인 전문가를 따라 스웨덴에 온 선박 건조 팀과 스웨덴인으로 구성된 다른 팀이 서로 배의 절반씩을 맡아 경쟁하듯 배를 만드는 바람에 좌우 균형도 미묘하게 어긋나는 배가 만들어 졌습니다.
배는 전체적으로 긴 편임에 비해 폭이 좁고 높은 형태로 설계되었으며, 선원과 전투용 장비, 대포 등을 싣고 1628년 첫 항해를 시작했습니다. 항구를 떠난지 20분 쯤 되었을 때 바다에는 강한 바람이 불었고, 무게중심이 흔들린 배는 기울어지기를 반복하다 대포 문 사이로 들어온 바닷물로 인해 서서히 침몰하기 시작했습니다. 배가 결정적으로 가라앉게 된 데에는 균형있게 실리지 않은 화물과 지나치게 무겁고 수가 많았던 대포 등도 크게 작용했다고 합니다.
이후 배는 1956년 Anders Franzén에 의해 발견되어 1961년 인양될 때까지 32m 해저에 가라앉게 됩니다. 배의 위치를 발견한 학자와 전문가들, 스웨덴 해군 등이 협력해 배를 끌어 올렸는데, 최대의 관심사는 과연 나무로 만들어진 이 배가 330년이라는 세월의 무게를 이겨내고 얼마만큼 본래 모습을 유지하는지 였습니다. 놀랍게도 바사 호는 원형의 모습을 유지했고, 심지어는 천으로 만들어진 돛의 조각도 발견되었습니다.
사진. 인양되는 바사 호3)
바사 호가 본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던 데는 발트해 (Baltic sea) 의 낮은 수온과 해수 염도가 큰 영향으로 작용했습니다. 발트해는 하천의 유입량이 많고 찬 기휴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바닷물의 증발이 적어 기수 (汽水) 로 분류됩니다. 기수는 해수와 담수가 혼합되어 염도가 0.5 – 3.5 ‰ 정도로 낮은 물을 말하는데, 발트해의 염도는 10‰ 정도입니다. 이와 반대로 하천의 유입량이 거의 없고 기후로 인해 물을 증발이 많은 홍해는 염도가 45‰ 정도라고 합니다.
표 1) 물의 염도 4)
발트해의 염도와 기후조건은 바사 호가 원형을 유지하는데 좋은 조건이었는데, 이는 따뜻하고 염도가 높은 바닷물에 서식하며 바닷물속의 나무를 갉아먹는 shipwarm (학명: Teredonavalis) 의 번식을 방해했기 때문입니다.
사진 좌. 나무에서 발견된 Shipwarm5)
사진 우. Shipwarm이 갉아먹은 나무5)
이 벌레를 피해를 입지 않고 333년간 바닷속에 있던 배는 마침내 1961년 물 위로 다시 한번 올라오게 되었지만, 오랜 기간 산소가 닿지 않는 깊은 물속에 있던 나무는 공기중에 노출되어 건조되며 갈라지고 수축하기 시작했고, 이를 막기 위해 약품처리를 하는 17년의 과정과 9년간의 건조 과정 등을 거쳐 1990년에서야 일반에 공개되었습니다. 17세기 함선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바사 호는 현재 스웨덴 스톡홀름의 바사 박물관 (Vasa Museet)에 전시되어 있으며, 전시된 배의 95% 이상이 본래 모습 그대로라고 합니다.
사진. 스톡홀름의 바사 박물관 (Vasa Museet)3)
출항한지 20분만에 가라앉았지만 그 곳이 발트해였던 덕분에 우리에게 17세기 배의 모습과 생활상까지 보여주는 바사 호는, 어쩌면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못다한 항해를 계속했는지도 모릅니다.
출처
1) Flickerhttp://www.flickr.com/photos/courtney_spaxman/3572088596/
2) Best ship models: http://www.bestshipmodels.com/
3) 바사 박물관 http://www.vasamuseet.se/
4) 군산 해양지방항만청http://gunsan.mof.go.kr/
5) 위키피디아http://en.wikipedia.org/wiki/Shipwo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