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해양문학에 나타난 ‘바다’는 어떤 모습일까?

NIFS 2014. 10. 31. 10:02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해양 국가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 문학은 바다에 대해 그리 많은 관심을 갖지 않았는데요. 우리 현대문학에서 바다와 연관된 작품을 접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오늘날의 현실입니다. 해양문학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자면 “바다를 제재로 한 문학, 또는 바다가 작품 가운데에서 주제를 이루어 쓰인 문학”인데, 오늘은 우리나라의 해양문학 몇 편을 통해 바다가 시대별로 어떻게 투영되고 있는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 첫 번째 작품, 함세덕의 「무의도 기행」

 

 

함세덕의 「무의도 기행」은 일제 강점기, 가난한 환경에서 어른들의 욕망에 의해 불행하게 되는 한 아이의 비극적인 삶을 다루고 있습니다. 「무의도 기행」은 신기술을 이용하여 바다를 점령하는 외세와 여전히 바다를 전근대적인 공간으로 생각하는 우리 어민들의 갈등을 극적으로 투영하고 있는데요. 새로운 기술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당시 어민들에게 바다는 억압의 공간으로 투영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바다는 전통적인 사고방식을 고수하는 어른들이 혈연적인 관계에 의해 아이들을 억압하는 공간으로 그려지고 있었는데요. 이렇듯 「무의도 기행」에서 바다는 아이의 꿈을 실현할 수 없는 자유롭지 못한 공간으로 투영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작가 함세덕은 극중 서사적 자아인 해설자로 등장하면서 바다에서 죽게 되는 주인공 천명의 죽음을 회상합니다. 이러한 드라마의 서사적 기법은 관객으로 하여금 극중 사건이나 인물에 동화되지 않고 그들에 대해 거리를 두게 함으로써 천명의 죽음의 비극적 책임이 사회에도 있음을 암시시킵니다.



■ 두 번째 작품, 천승세의 「만선」

 

(사진출처: 네이버 백과,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333957&cid=41708&categoryId=41737)


천승세의 「만선」은 새롭게 다가오는 근대문명에 적응하지 못하는 어민들의 비극적인 삶을 다룹니다. 「만선」에서의 바다는 작품 속 주인공 곰치에게 삶의 터전이며 자기완성의 공간으로 나타나고 있는데요. 자연의 이치대로 살아가려는 주인공은 어업 장비의 기계화, 나아가 새로운 문명의 힘을 거부하며 전통적인 어로 방식을 고집합니다. 그러나 바다에서 만선을 이루어 빚을 갚고 자신의 배를 소유하려는 곰치의 소망은 자본을 추구하는 근대적 욕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자본주의적 근대적 욕망의 공간이 되어버린 바다에서 전통적인 어로방식을 고수하는 주인공에게 만선은 허락되지 않습니다. 이때 이상과 현실의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인물에게 바다는 모순의 공간으로 투영 됩니다. 전근대적인 수단으로 만선의 욕망을 이루려는 곰치는 시대착오적인 인물이며, 결국 만선 대신 파선으로 끝나는 상황은 근대사회의 욕망에서 비롯된 비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세 번째 작품, 이강백의 「물고기 남자」

 


 

이강백의 「물고기 남자」는 생존을 위한 어업(漁業)활동의 장소가 아닌 인업(人業)활동의 장소로서 바다를 투영 하고 있습니다. 「물고기 남자」는 바다에서 일어난 적조현상 및 유람선 침몰을 계기로 발견되는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내가 살기 위해 너는 죽어도 된다는 이기적인 욕망으로 가득한 바다는 삶과 죽음, 그리고 절망과 희망의 가치가 전도된 부조리한 공간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바다는 대화가 단절되고 오직 침묵과 소음으로 가득한 현대사회를 투영하고 있는데요. 이강백은 ‘일러두기’를 통해서 극중 인물들이 겪게 된 상황과 사건을 미리 관객에게 알려주고 객석을 바다로 지정함으로써 왜곡된 현대사회를 투영하고 있습니다. 이강백은 ‘일러두기’를 통해 극중 인물들이 겪게 된 상황과 사건을 미리 관객에게 알려주고 객석을 바다로 지칭함으로써 왜곡된 현대사회, 왜곡되어 있는 바다의 인식에 대한 성찰을 요구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물고기 남자」에서 바다는 모든 가치가 전도된 현대사회의 알레고리로서 투영 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네 번째 작품, 최덕원의 「천년의 사랑」


「천년의 사랑」은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이윤선 교수가 청석(靑石) 최덕원(1935~2011)의 마지막 유작 소설인 ‘천년의 사랑’에 각주를 달고 해설을 덧붙여 펴낸 책입니다. 이 책은 총 28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최덕원이 생전에 현장답사를 했던 섬과 바다의 이야기를 픽션과 논픽션을 넘나들며 풀어놓은 것으로 섬 민속 스토리텔링을 담고 있습니다. 이 소설의 내용은 서남해와 흑산도를 중심으로 전개되는데요. 정녀라는 주인공을 통해 도서해양 지역에서 전승되어 오는 민속 문화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는 풍요와 다산을 희구했던 섬사람들의 깊은 신앙과 풍속도 엿볼 수 있는데요. 이를 통해 우리는 이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바다가 사람들의 간절한 바람과 소망을 투영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진출처: 직접 촬영)



지금까지 해양문학 몇 편을 살펴보았는데요. 이를 통해 한국 해양문학의 바다는 전근대적 시대에서부터 근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변화하는 우리 사회와 사람들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과거에 바다가 부정적인 이미지가 투영되었던 반면 현대에 이르러서는 사람들의 희망이 담긴 긍정적인 이미지로서 부각되고 있는 점을 우리는 주목해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 문학계에 많은 해양문학 작품들이 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문학작품 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투영되어질 바다의 모습을 한껏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