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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대상이자 멸종위기의 생명체, 상어

NIFS 2010. 10. 20. 11:43

 

 

수온상승과 유례없는 난류세력의 확대로 한반도 전 해역에 상어 경계령이 내려졌다. 상어는 거북, 바다표범, 물고기, 플랑크톤 등 먹이가 다양하지만 강한 이빨과 턱으로 인해 인간에게도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400종의 상어 가운데 사람을 공격하는 종류는 소수에 불과하다.

상어는 바다 속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위치해 있는 수명이 긴 육식 어류로서 수가 적고 일정 수준의 숫자를 유지하기 위해 번식시키는 것도 어렵다. 특히 샥스핀용 지느러미 등 부산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멸종위기를 겪고 있다. 공포의 대상이자 멸종위기에 처한 생명체, 그것이 바로 상어가 처한 현주소다.

 

 

 

무태상어

 

 

미국 뉴잉글랜드의 작은 해안 피서지. 이곳은 여름 한철 피서객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게 수입의 전부다. 해수욕장을 개장하기에 앞서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한밤의 백사장에서 캠프파이어를 하고 있다.

이때 한 여자가 옷을 벗어던지며 모래밭으로 달려가더니 바다로 헤엄쳐 들어간다. 달빛 아래의 바다. 하지만 그 여자는 갑자기 무언가에 물리기라도 한 것처럼 바닷물 속으로 빨려 들어가더니 사라져버린다. 다음날. 바닷물을 싫어하는 도시 출신의 경찰서장이 전화를 받는다. 여자의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것. 악어나 상어에게 물어 뜯긴 게 분명한 그 시체는 찢겨져 있었고, 그는 즉시 해안을 폐쇄한다.

하지만 시장은 이곳의 유일한 수입이 피서객을 상대로 한 한철 장사인데 어떻게 하려고 그러느냐면서 해안 폐쇄를 반대한다. 대신 해안 경비를 강화하고, 감시 속에서 해수욕장을 개장시킨다.

하지만 사건은 또 터진다. 한 소년이 상어의 습격을 받게 된 것. 해안 피서지는 공포에 휩싸이게 되고, 상어에 현상금이 붙으면서 상어 사냥꾼들이 몰려든다.

이는 영화 <조스(Jaws)>의 스토리로 상어에 대한 식인괴물의 이미지가 확대 재생산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된다. 게다가 인간의 해양활동이 많아지고, 상어에게 공격당해 목숨을 잃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상어는 공포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상어는 인간에게 유용한 어류이기도 하다. 상어의 고기와 가죽은 최고급 음식과 장신구를 만드는데 쓰인다. 최근에는 건강보조식품으로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이 같은 부분만 보면 상어는 무서운 식인괴물이라기보다는 쓸모 많은 어류라는 평가가 더욱 어울린다. 상어는 과연 어떤 존재며, 어떤 이유로 사람을 공격하는 것일까.

 

 

 

3억 7000만 년 전부터 살았던 어류

상어는 장구한 역사를 가진 생명체다. 최초의 상어로 볼 수 있는 클라도세라키는 지금으로부터 3억 7000만 년 전부터 살고 있었다. 이 상어의 길이는 2m 정도인데, 화석으로 볼 때 현대의 상어와 큰 차이가 없다. 현생 인류의 역사가 200만 년 정도인 것에 비하면 얼마나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지금으로부터 3억~1억 5000만년 사이에는 민물상어인 아칸토디, 바다상어인 히보돈트 등이 살았다. 하지만 현존하는 여러 상어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백악기 말기에 해당하는 지금으로부터 약 1억~6500만 년 전부터다.

 

 

 

귀상어

 

 

오늘날 가장 무서운 상어 가운데 하나로 평가되고 있는 백상아리의 이빨 화석 중 가장 오래된 것도 6,500만 년 전의 것이다. 또한 귀상어의 이빨 화석은 시신세, 악상어의 이빨 화석은 백악기 말기에서부터 나타나고 있다.

이 시기에 바다를 주름잡았던 상어는 메갈로돈. 소설 《메그》에도 등장했던 이 거대상어는 이빨의 길이만 15cm가 넘으며, 복원된 턱의 크기는 무려 2.7m에 달한다. 이 턱의 크기로 추정한 몸길이는 18m. 백상아리의 몸길이가 최대 6.4m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얼마나 크고 강력한 상어였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하지만 메갈로돈은 150만 년 전 모두 멸종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큰 덩치를 유지할 만큼 먹이를 구하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진화가 필요 없을 만큼 완벽한 신체

상어는 장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진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같은 기간 여타 어류가 다채롭게 진화해 온 것과 명확하게 구분되는 것. 이것은 상어의 기본적인 신체 특성이 바다에서 생존하고, 먹이사슬의 최고 위치를 유지하는데 매우 적합해 진화할 필요가 적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일단 골격부터 보자. 상어는 분류상 연골어류에 해당하는데, 이는 몸의 골격 대부분이 물렁뼈로 이루어져 있음을 의미한다. 물렁뼈는 인간에게도 있다. 관절, 귀, 코 등을 이루는 뼈가 바로 그것. 이 때문에 죽으면 골격이 비교적 쉽게 부패되며 화석화되기도 어렵다. 대부분의 상어 화석이 이빨, 잘해야 턱뼈 정도만 남아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연골어류는 경골어류에 비해 뼈가 부드럽고 가볍기 때문에 부력과 운동성이 우수하다. 경골어류에서 잠수함의 물탱크 역할을 하는 부레가 연골어류에는 없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상어는 경골어류와 호흡하는 방식도 다르다. 경골어류는 아가미에 근육이 있다. 이로 인해 아가미에 들어온 물을 잠시 아가미 방에 머무르게 해 산소를 흡수한다. 반면 상어의 경우는 입으로 들어온 물이 쉼 없이 아가미구멍으로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산소를 흡수한다. 상어를 옆에서 봤을 때 머리 부분에 칼집처럼 세로로 나 있는 5~7개의 금이 바로 그것이다.

따라서 상어는 호흡을 하기 위해 끊임없이 헤엄쳐야 한다. 헤엄치기를 멈춘 상어는 숨을 쉬지 못해 곧 죽게 된다. 이 같은 특성은 상어를 빠른 속도로 움직이게 함으로서 연골어류 특유의 운동성을 더욱 높이고 먹이를 사냥하거나 적으로부터 도피하는데 매우 유리하게 작용한다.

연골어류의 또 다른 특징은 부드러운 골격을 보충이라도 하듯이 피부가 경골어류에 비해 비교적 질기고 강하다는 것이다. 상어 역시 예외는 아니다. 상어의 피부는 순린이라는 무수한 돌기모양의 비늘로 이루어져 있는데, 매우 까칠해 과거에는 말려서 사포로 사용했다. 특히 사람이나 다른 물고기의 살갗이 스치면 찰과상을 입힐 정도다.

이처럼 피부도 무기가 될 정도지만 이 피부에는 또 다른 이점이 있다. 바로 피부의 우둘투둘함이 골프공의 딤플 같은 역할을 해서 물의 저항을 줄여준다는 사실이다. 또한 피부가 단단해 외부 상처와 기생충 등 세균에 대한 저항력도 우수하다.

 

 

 

상어 이미지 대변하는 턱과 이빨

 

큰입상어

 

 

상어 하면 떠오르는 게 바로 무시무시한 턱과 이빨이다. 상어의 턱과 이빨은 먹이사냥에 더없이 좋은 모양과 구조를 갖추고 있다. 우선 대부분의 상어는 입이 머리의 아래에 있고 그 앞쪽으로 코가 길게 튀어나와 있다. 또한 인간과는 달리 턱뼈가 머리뼈에 비교적 느슨하게 연결돼 있어 입을 크게 벌리면 턱뼈가 벌어지면서 앞으로 튀어나와 가급적 크게 벌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입을 크게 벌리게 되면 앞에서 봤을 때 입 밖에는 보이는 것이 없을 정도로 먹이를 먹는데 최적화된 모양을 취하게 된다. 하지만 상어의 턱뼈도 좌우로 움직이는 유연함은 없기 때문에 일단 먹이를 문 후에는 좌우로 힘껏 흔들어서 잘라 떼어내게 된다.

상어의 턱뼈에 붙어있는 이빨도 생물학적 관점에서 보면 명품이 아닐 수 없다. 상어의 이빨은 인간처럼 모두 똑같이 생긴 것이 아니라 종류와 습성, 즐겨먹는 먹이에 따라 최적화된 모양을 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상어의 습격이 벌어진 현장에 남은 이빨만 보고도 상어의 종류를 알아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백상아리의 이빨은 정삼각형에 가깝고, 단면에 톱니모양까지 새겨져 있어 먹이에 대한 절삭력이 높다. 반면 사냥을 하지 않는 돌묵상어의 이빨은 모양과 크기가 쌀알을 연상시킬 만큼 작다.

게다가 상어의 이빨은 턱뼈에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라 턱의 피부에 고정돼 있다. 그리고 이빨이 빠져나간다 하더라도 뒤에 예비 이빨들이 대기하고 있다가 앞 이빨이 빠지면 밀려나와 자리를 메운다.

먹이를 무는 힘도 대단하다. 인간과 비슷한 덩치인 몸길이 2m의 상어가 먹이를 물 때 가하는 힘은 ㎠당 3톤에 달한다. 여기에 먹이를 잘라내기에 최적화된 턱뼈와 이빨의 해부학적 특성까지 합쳐지면 대형 상어에 물렸을 때 신체의 일부와 영원한 이별을 해야 하는 것은 각오해야 한다.

 

 

 

효율이 뛰어난 상어의 감각기관

상어의 감각기관은 먹이를 찾아내는 등의 효율 측면에서도 뛰어나다. 상어가 먹이를 찾기 위해 가장 먼저 사용하는 감각은 청각. 물속에서 소리는 더 빨리 그리고 더 멀리 전파되는데, 상어의 경우 1km 이상 떨어진 물고기의 소리도 감지할 수 있다.

또한 후각은 100만분의 1로 희석된 혈액 냄새도 100m 밖에서 감지할 정도로 예민하며, 옆줄 역시 그 정도의 거리에서 움직이는 물체를 찾아낸다. 옆줄은 외부 자극에 민감한 액체가 들어있는 관으로 이 액체가 외부 자극으로 움직이면 그 움직임이 신경 세포를 자극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100m 떨어진 물고기가 헤엄칠 때 물을 휘젓는 물결도 이 옆줄로 감지된다.

 

 

퉁소상어

 

 

상어 눈의 해부학적 구조는 인간과 비슷하다. 다만 물체의 형태와 색상을 인지하는 능력은 뒤처진다. 약 10m 이내의 목표를 감지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어차피 바다 속 대부분은 햇빛이 투과할 수 없는 곳이기 때문에 별 상관은 없다.

상어의 특이한 감각기관으로는 머리 전체에 퍼져 있는 로렌치니기관을 들 수 있다. 이는 발견한 목표가 살아있는 생물, 즉 먹을 수 있는 것인지 아닌지를 최종 확인할 때 사용하는 것이다.

이 기관은 생명체가 뿜어내는 0.00015 볼트 이하의 미약한 전류와 자기장을 탐지해낸다. 상어가 먹이를 물어뜯기 직전에 코를 갖다 대 먹을 수 있는지 확인하거나 코를 모래 속에 쑤셔 박고 숨은 먹이를 잡아먹을 수 있는 것은 다 로렌치니기관의 기능 때문이다.

또한 상어는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는 유체 역학적인 외관도 갖추고 있다. 일단 몸통이 유선형인데다 꼬리지느러미의 상엽이 하엽에 비해 길게 발달돼 있어 높은 추진력을 낼 수 있다. 현재까지 기록된 바에 따르면 청상아리의 경우 적어도 시속 35km 이상은 속도를 낼 수 있다. 사람의 경우 100m 수영 신기록도 47초대니까 이를 시속으로 환산하면 불과 7.6km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상어의 지능은 어느 정도일까. 이에 대해서는 연구가 미진한 실정이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새나 쥐 정도의 학습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는 미로 탈출이 가능할 정도의 지능을 말한다. 고래나 원숭이 등의 고등 포유류에는 훨씬 못 미치지만 어류치고는 상당히 높으며, 바다 속에서 살아가기에 부족함이 없는 수준인 셈이다.

상어가 바다 속의 모든 생물을 압도하고, 수중 먹이사슬의 왕좌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물리적인 힘이 강할 뿐만 아니라 이처럼 신체의 모든 부분이 사냥과 생존에 최적화돼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같은 신체 특성이 짧게는 6,500만년, 길게는 3억년 이상 큰 변화 없이 유지됐다는 점에서 그 우수성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여타 어류에 비해 특별한 번식과 습성

상어의 번식과 습성 역시 다른 어류에 비해 특별한 구석이 있다. 대부분의 경골어류가 방란방정, 즉 암컷이 알을 낳으면 수컷이 그 위에 사정해 체외수정을 하는 방식으로 번식하는데 반해 상어는 거의 예외 없이 체내 수정으로 번식한다. 수만 개의 알 위에 그보다 더 많은 정자를 뿌려도 수정이 안 되는 알이 나오는 체외수정에 비하면 훨씬 효율적인 방식이다.

체내에서 수정된 상어의 수정란은 종류에 따라 난생, 난태생, 태생 등의 방식으로 태어난다. 난생은 일반적인 어류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어미가 알을 낳으면 그 알에서 새끼가 태어나는 것이다. 태생은 포유동물처럼 어미가 뱃속에서 새끼를 길러 낳는 방식. 그리고 난태생은 그 중간쯤에 해당되는 것으로 어미가 알을 자궁 속에 낳으면 그 알이 체내 부화돼 새끼가 태어나는 것이다.

상당수의 어류는 난생으로 태어나기 때문에 미처 부화되기도 전에 잡아먹힐 위험이 있다. 이에 반해 난태생이나 태생으로 태어나는 상어는 출생할 때까지 어미의 몸속에서 보호받기 때문에 그만큼 생존할 확률이 높다. 난생인 상어의 경우도 다른 어류에 비해 훨씬 크고 튼튼한 알 속에서 수개월간 보호받다가 부화된다.

바로 태어난 새끼 상어는 크기만 작다뿐이지 어미와 똑같은 모습과 생활력을 갖추고 있다. 이 역시 태어난 지 한참 동안 난황을 매달고 다니는 일부 물고기들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난황이란 새나 물고기 같은 난생동물의 알에 포함돼 있는 영양물질로 달걀을 깨면 나오는 노른자위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렇게 생활력이 뛰어난 새끼를 공들여 낳기 때문인지 한 배에 100마리 이상의 새끼를 낳는 상어는 거의 없고 대부분이 몇 마리, 많아야 수십 마리 정도를 낳을 뿐이다. 태어난 상어는 일정한 영역을 지키며 생활을 한다. 수명은 보통 20~30년, 종에 따라서는 100년 이상을 사는 상어도 있다. 상어의 생활영역은 극지방과 호수를 제외한 모든 바다를 망라하며 심지어는 민물상어도 존재한다.

 

 

 

식인괴물 이미지 굳어진 결정적 사례

상어의 강력한 힘에 대한 경외감은 고대사회에서부터 있어 왔다. 하와이 원주민들은 카마호아리, 카후파하우, 카홀리아카네 등 수십 명에 이르는 상어의 신을 섬겼다고 한다. 또한 태평양 섬에서도 유령을 잡아먹는 상어 신 다쿠왕가를 섬겼다고 한다. 그 외에 바다와 접할 기회가 많은 민족이라면 상어에 관련된 신화나 설화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바다의 신으로 경외 받았던 상어의 이미지가 흉폭하고 잔인한 식인괴물쯤으로 격하된 것은 서구인들의 바다 진출과 무관하지 않다. 서구인들은 자연을 인간보다 아래로 여기는 인간 본위의 사고방식을 가졌기 때문이다. 실제 16세기 들어와 서구인들의 해양 탐험이 늘어나면서 인간을 잡아먹는 상어는 두려운, 그러나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자연의 장애물에 불과했다.

사실 인간이 상어에게 공격을 당한 사례는 꾸준히 있었다. 하지만 상어에 대한 대중들의 공포감에 불을 붙인 굵직한 상어의 인간 공격 사건들은 인간의 해양 진출이 그 어느 때보다도 활발했던 20세기 들어와서 벌어진 것이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중인 1945년 7월 30일 필리핀 해에서 일본 잠수함에 격침당한 미 순양함 인디애나폴리스에서는 인류 사상 최악의 상어 공격 사건이 벌어졌다. 인디애나폴리스에는 당시 1,200명의 승무원이 타고 있었는데, 이 가운데 900여 명은 침몰하는 배에서 무사히 탈출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 승무원들이 구조대에 발견된 것은 8월 2일이었다.

그 동안 굶주림, 갈증, 그리고 무엇보다도 상어의 공격으로 500명이 넘는 승무원들이 죽었다. 결국 끝까지 살아남은 인원은 317명에 불과했다. 이 엄청난 사건은 상어에 대한 대중의 공포를 강하게 자극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사람들은 이 같은 상어의 행동에 도덕적인 차원의 지탄까지 늘어놓는다. 하지만 바다 속 먹이사슬의 최상층부에 위치하고, 성체가 되면 천적이 거의 없는 상어의 특성상 영역 내에 들어온 낯선 물체, 즉 인간을 먹이나 적으로 간주하고 공격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의 이치일 수도 있다.

 

 

의외로 인간 공격하는 사례는 적어

인간을 공격하는 대표적 상어로는 백상아리, 청상아리, 뱀상어, 귀상어, 홍살귀상어, 청새리상어, 악상어, 흉상어, 그리고 무태상어 등이 있다.

 

무태상어

뱀상어

악상어 

청새리상어

홍살귀상어

 

흉상어

 

  

하지만 상어의 부정적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실제 상어가 인간을 공격하는 사례는 의외로 적다. 지난 2000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보고된 상어의 인간 공격 건수는 총 79건. 이 가운데 사람이 사망한 사례는 11건에 불과하다.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는 사람이 한 해에 몇 명이나 되는지 생각해 본다면 상어에게 물려 죽을 확률은 문자 그대로 벼락을 맞을 확률보다 적은 편이다.

우선 인간을 공격하는 상어의 종류가 그리 많지 않다. 현재까지 알려진 상어의 종류는 400종이 넘는데, 이 가운데 인간을 공격한 상어는 27종에 불과하다. 또한 공격할 가능성이 있는 상어 역시 12종에 불과하다. 전체 종수의 10%도 되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먹이사슬의 최상층에 위치하는 상어는 개체수도 적기 때문에 생각만큼 접하기 쉬운 어류가 아니다. 전문적인 상어 연구가들도 원하는 상어를 관찰하려면 몇 달 씩이나 기다려야 한다. 상어가 인지도에 비해 생태 연구가 덜 이루어진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또한 상어의 입장에서 인간은 그리 매력적인 먹이가 못 된다. 상어가 좋아하는 여러 가지 먹이에 비하면 인간은 살에 비해 뼈의 비중이 매우 높은 편이다. 게다가 상어의 구강구조는 일단 먹이를 공격해 필요한 만큼 잘라내기는 좋지만 잘라낸 먹이에서 뼈를 발라내기에는 부적합하다. 따라서 다른 먹이가 풍부한 상황이라면 상어가 구태여 인간만을 집요하게 추적해 공격할만한 이유는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어가 인간을 공격할 가능성은 항상 상존하기 때문에 상어 전문가들은 상어의 공격을 막기 위해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할 것을 권하고 있다. 우선 상어가 자주 출몰하는 해역에서 수영을 하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그리고 혼자보다는 여러 사람이 함께 물에 들어가면 그만큼 상어의 공격을 알아차리기 쉽고 대처하기도 쉽다.

지나치게 밝은색 수영복을 입거나 상처를 입은 채로 수영을 하는 것은 상어의 시각과 후각을 자극하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또한 상어의 접근을 빨리 알아차릴 수 없는 야간이나 탁한 물속에서는 수영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사람을 공격할 정도의 강한 상어라면 힘으로 상대하는 것은 역부족이기 때문에 상어의 접근이 인지되면 가급적 빨리 물 밖으로 나와야 한다.

상어는 목표의 형체보다 움직임을 더욱 쉽게 인지하기 때문에 정 피할 수 없는 경우에는 가급적 불필요한 움직임을 삼가는 것이 좋다. 그래도 공격해오는 경우 상어의 콧등이나 눈 등을 가격해 퇴치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상처를 입은 상어는 더욱 사나워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 야 한다.

상어에 의한 인적 피해가 많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같은 곳에서는 상어 퇴치장비를 개발하기도 한다. 이 같은 장비는 대개 상어의 민감한 감각기관을 역으로 이용, 상어가 싫어하는 전파나 자기장 등을 발신해 상어의 접근을 막는다.

하지만 모든 상어가 특정한 자극에 일률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니고, 경우에 따라서는 이 같은 상어 퇴치장비가 오히려 상어를 유인하는 역효과를 부르기도 하기 때문에 완벽한 방어책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해군에서는 수병들에게 네커치프라는 목에 감는 장식 끈을 지급하기도 한다. 이 끈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상어에게 공격을 당할 때 발목에 감아 착용자의 모습을 더욱 크게 보이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상어는 자신보다 더욱 덩치가 큰 어류도 떼지어 공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같은 방법은 그다지 과학적이라고 할 수 없다.

 

상어를 괴롭히는 인간이 더 문제

냉정하게 따져 보면 상어가 인간에게 가하는 피해보다 오히려 인간이 상어에게 입히는 피해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상어는 잡으면 무엇 하나 버릴 것 없는 최고급 식재료와 장신구의 원천이다. 실제 거의 모든 나라에서 상어고기는 최고급 해산물로 각광을 받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상어 지느러미로 만든 샥스핀 요리는 최고급 요리의 대명사다.

우리나라에서도 상어고기는 제사상에 올리는 귀한 음식으로 여겨지며, 그 외에도 각국의 실정에 맞게 가지각색으로 상어고기를 요리해서 먹고 있다. 심지어는 개발도상국뿐 아니라 선진국인 미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사람들도 상어고기를 좋아한다. 샥스핀의 인기가 좋다 보니 요즘은 저장 공간이 없다는 이유로 잡은 상어를 지느러미만 잘라내고 바다에 버리는 경우도 흔하다.

상어의 간은 건강보조식품으로 각광 받고 있다. 상어의 간은 내장 전체 무게의 25%, 심해 상어의 경우 90%를 차지할 정도로 내장 중 가장 크고 중요한 기관이다. 그런데 상어의 간에 들어있는 간유는 상어 남획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비타민 A는 물론 스쿠알렌 등이 풍부해 극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상어의 체력을 보존해 주는 간유가 건강보조식품으로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이밖에 상어의 이빨과 가죽은 고급 공예품, 장신구 등을 만드는 재료로 선호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2000년대 들어 매년 80여만 마리의 상어가 인간에 의해 포획되고 있다.

상어는 일반적으로 적은 수의 새끼를 낳고 늦게 성숙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일부 상어를 멸종위기에까지 몰고 가는 치명적인 위협이다. 상어와 인간, 과연 어느 쪽이 더욱 무서운 생명체일까. 인간이 상어를 두려워하는 것 이상으로 상어는 인간을 두려워하고 있을 것이다.

 

 

 

글: 이동훈(과학칼럼니스트, enitel@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