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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바다 아름다운 물고기 '쏠베감펭'

NIFS 2009. 10. 2. 19:46

제주바다 아름다운 물고기 '쏠베감펭'

        

가을이 짙어져가고 있다. 곧 다가올 스산한 겨울을 앞두고 우리 주변은 모두 가을색으로 물들고 있다.  전국의 유명한 명산과 사찰 주변은 울긋불긋 단풍이 온 산하를 물들이고 있다. 그리고 붉게 물든 단풍은 한껏 자태를 뽐내면서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도시의 거리에 있는 가로수도 색색의 옷을 입고서 자태를 뽐내다가 몇 일전부터는 한 잎 한 잎 낙엽을 지우고 있다.

 

오늘부터 추석 연휴에 들어가지만 아직 제주바다는 수온이 24-25℃를 유지하고 있다. 수온으로 보아서는 아직 여름인가 하지만 그 바다 속에서는 가을색 짙든 아름다운 자태의 물고기를 만날 수 있다. 제주도 서귀포 앞바다 맨드라미 군락 사이의 절벽 사면에 자리 잡고서 물 밖 세상으로부터 찾아 온 스쿠버다이버를 맞이하는 대표적인 물고기가 있다. 마치 공작새가 꼬리를 활짝 펼친 것처럼 화려하고 넓은 가슴지느러미를 활짝 펴고서 물 속으로 들어온 다이버에게 관심을 보이는 물고기가 있는데 흔히 다이버들은 쏠치라고 부른다.

 

 

                 가을색 짙은 제주바다 아름다운 물고기 ꡐ쏠베감펭

 

 

쏠치라고 불리는 이 물고기의 표준 국명은 쏠베감펭으로 우리나라 남해안의 순천지역에서는 쫌뱅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제주도의 북서부에 있는 한림지역에서는 쏘치우럭, 제주도 동부 성산포 앞에 있는 우도에서는 신방우럭이라고 한다. 쏠치나 쏘치와 같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가끔 이 물고기를 건들어서 화나게 하거나 아니면 그들이 생명에 위협을 느끼게 되면 다른 물고기나 사람과 같은 상대방을 쏘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영명은 대표적으로 사자가 갈기를 편 모습과 같다고 하여 Lion fish라고 불리거나 활짝 펼친 지느러미의 모양이 나비의 날개와 같다는 의미에서 Butterfly fish, 체색이 활활 타오르는 단풍잎과 같은 붉은색을 띤다고 하여 Fire fish 또는 Red fire fish라고도 불리운다.

 

 

 

                   가슴지느러미를 활짝 펴고 자태를 뽐내는 ꡐ쏠베감펭ꡑ

 

 

 

 

어류분류학적으로 쏠베감펭(학명 Pterois lunulata Temminck et Schlegel)은 쏨뱅이목(Order Scorpaeniformes) 양볼낙과(Family Scorpaenidae) 쏠베감펭속(Genus Pterois)에 속하는데 우리가 흔히 횟집에서 우럭으로 부르면서 생선회로 인기가 높은 조피볼락도 쏠베감펭과 같은 쏨뱅이목에 속하며 우리나라 제주도와 남해안으로 북방한계선으로 하는 아열대성/열대성 바닷물고기이다.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볼 수 있는 쏨뱅이목의 어류로는 도화볼락, 불볼락, 조피볼락, 우럭볼락, 쏨뱅이, 붉감펭, 살살치, 점감펭 등 수 많은 종류가 있으나 오늘의 주인공인 쏠베감펭처럼 화려한 물고기는 없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우럭이나 볼락과 같은 쏨뱅이목에 속하는 다른 사촌 물고기들은 횟감이나 매운탕감으로 매우 인기가 높아 어부나 낚시꾼에게 잡히면 바로 식용어로서 인간에게 먹히게 되지만 쏠베감펭을 잡은 어부나 낚시꾼은 그 모습이 너무 화려하고 아름다워서 인지 이 물고기를 생선회나 매운탕으로 요리하는 일은 전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오히려 아름다운 자태에 반하여 어부나 스쿠버다이버에 의하여 포획된 경우에는 집으로 매우 소중하게 다루어져 옮겨진 후 수족관에서 관상어로서 사랑을 받으면서 살게 된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해수관상어 수족관용 관상어중에서 매우 인기가 높은 어종이 바로 쏠베감펭이다.

 

쏠베감펭은 우리나라 남해안의 일부지역과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2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제주도, 일본의 오끼나와 부근, 대만, 필리핀 등지의 태평양 연안에 분포하는 종이 쏠베감펭(Pterois lunulata)이고 인도양을 중심으로 태평양의 일부 지역에서 관찰되는 점쏠베감펭(Pterois volitans)이 있다.

 

점쏠베감펭의 경우에는 등지느러미, 뒷지느러미, 꼬리지느러미에 검은 반점이 많이 있으며 전체적으로 붉은 적색의 몸 색깔을 띠며 머리의 양쪽 눈 사이에는 장미 가시와 같은 날카로운 가시가 한 쌍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 연안에서 가끔 관찰될 뿐 찾아 보기 힘든 어종이다. 점쏠베감펭의 크기는 20cm 전후이다.

 

 

우리나라의 제주 바다 속 풍경을 보여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단골손님이며 다이버에게 인기가 높은 쏠베감펭은 그 자원량이 많지는 않지만 제주바다에서 그다지 어렵지 않게 관찰이 가능하다. 제주바다에서 관찰되는 쏠베감펭은 나비의 날개나 공작의 꼬리 깃털처럼 매우 크고 화려한 가슴지느러미를 한 쌍 가지고 있다. 그 가슴지느러미를 활짝 핀 경우에는 이 것이 정말 물고기인가 하고 의심이 갈 정도로 화려하고 위엄이 있다. 점쏠베감펭은 몸바탕 색깔이 매우 붉은 단풍잎의 색체를 띠지만 쏠베감펭의 몸체 배색은 떨어진 낙엽과 같으며 상품에 붙어있는 다양한 폭의 바코드와 유사한 흑갈색의 세로줄 무늬와 우유 빛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한편 쏠베감펭의 크기는 30cm 전후이다.

 

 

그러나 쏠치 또는 쏠베감펭과 같은 이름에서 내포하듯이 이 물고기의 등지느러미에는 강한 독을 가진 가시가 있다. 수중세계의 신비함에 취하여 물 속에 들어간 초심 다이버가 만져서는 안 되는 바다생물의 대표종이다. 바다 속에 들어가서 처음 보는 화려하고 우아한 쏠베감펭의 자태에 취하여 맨손으로 만지는 경우 쏠베감펭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하여 강한 독을 가진 가시를 선물한다. 손가락에 박힌 가시는 절개하여 제거하기 전까지 계속 독을 체내에 뿜는다. 일부 보도에 의하면 가끔 쏠베감펭의 가시에 찔려 사망한 사례도 있다.

 

제주바다에도 수온이 내려가면서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여름날 화려한 원색의 파랑돔은 보기 힘들지만 아직 제주바다에서는 가을 단풍 그리고 가을 낙엽과 같은 우아한 바다물고기 『쏠베감펭』을 만날 수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제주수산연구소 정민민

(jungminmi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