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기자단(1~10기)/10기

봄바람에 꽃바람이 따라오기 전에, 손이 바쁜 감태 이야기!

NIFS 2018. 3. 23. 22:50


    

 

안녕하세요! 국립수산과학원 제10기 블로그 기자단 박경화 기자입니다.


가로림만 도성마을을 지나다보면 물이 빠진 자리에 파릇파릇 펼쳐지는 바다 풀이 있습니다.

날씨가 고추같이 맵던 날에도 늘 겨울바다에 저리 펼쳐져 있던 것은

갯벌 환경의 바로미터가 되는 감태(가시파래)라는 해초입니다. 


파래보다는 가닥이 가늘고 매생이보다는 두꺼워 씹히는 맛이 있는 감태는

이끼처럼 뭉쳐있는 파래, 매생이와는 달리, 명주실처럼 줄기 한 올 한 올이 선명하게 보이는 특징이 있습니다.


감태는 미네랄 덩어리로 알려진 건강식품으로  요오드, 칼슘, 비타민B1, B2풍부하여

인체의 각종 산을 없애주고 피부미용, 당뇨, 고지혈증 및 니코틴을 해독중화 시키는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 주 산지는 충남 태안, 서산, 전남 장흥, 무안 등지이며 주로 손이나 채취기를 사용하여

자연군락을 이루고 있는 서식지에서 4~6회 채취합니다.     


양식이 되지 않으며 깨끗한 바다환경에서만 자라는 까칠한 해초 감태는

요즘 갯가 사람들 마음을 바쁘게 만들고 있답니다 


  

갯벌에 무한정 많은 것처럼 보여도 무작정 담아 오지 않습니다.

여리고 보드라운 것으로 다른 잡태가 같이 섞이지 않은 것들을 골라서 담아 와야 합니다.

 

욕심내어 많이 담았다간 들고 갯벌을 벗어나는 것도 여간 힘든 것이 아니기에 "세상 쉬운 거 하나 없다"라고 말씀하시면서도 연세 높으신 어머님들은 제 몸만큼이나 많은 무게를 묵묵히 들고 나오십니다 


 

감태는 겨울에 추위 속에서 더 잘 자라는 희한한 식물

특히 가로림만 청정지역 갯벌에서만 자라는 가로림만의 보배입니다.

감태를 갈무리하는 어촌 사람들은 손이 아리는 추위를 이기며 하는 감태작업이 여간 힘든 게 아니지만

 

이것이 또 겨울 어촌에 고수익을 보장하는 일인지라 가로림만 인근 어촌들은

겨울이 되어도 열심히 감태 작업을 하여 수익이 쏠쏠 하시다고 합니다.

 

초겨울에 나는 감태는 보드랗고 입에서 사르르 녹는 맛이 있지만

봄바람이 아직은 차가운 요즘 바다에서 나는 감태는 그 향이 진하고 맛도 깊습니다.

 

봄바람에 꽃망울이 터지면 자취를 감춰버리는 감태이기에

매일 물이 빠지는 갯벌에는 어민들의 손길이 바쁠 수밖에 없지요.    


 

갯벌서 가져 나온 감태는 이렇게 기계가 있으신 분들은 편하게 뻘물을 빼는 작업을 수월하게 하시지만

예전엔 갯벌 흙을 씻어 내는 이 작업을 손으로 다 하셨다고 합니다.    


1차 기계세척과 민물에 씻어 깨끗해진 감태


 

이렇게 나오는 펄 갯물을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손으로 씻으려면 얼마나 힘이 들었겠어요 

 기계화라는 것이 꼭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요.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바닷물에 씻은 감태는 감태 뜨는 현장으로 옮겨와

다시 민물에 한번 헹궈주어야 바다 짠맛을 없애주고 맛있는 감태를 뜰 수 있습니다.

 

이렇게 물 감태로 굴과 같이 국을 끓이거나

새콤 매콤 무치거나 전을 부쳐 먹어도 맛있다고 하시네요.

       


감태를 뜨는 이 작업은 사람의 손으로 해야만 합니다.

이 작업을 얼마나 잘하는냐에 따라 감태의 두께가 결정되고 맛도 달라집니다.

밥알이 새지 않을 만큼의 그러면서도 아래가 비치는 정도가

딱 입안에서 텁텁하지 않고 맛있게 풀리는 맛을 낸다고 합니다.

     

    

같은 동네의 경력이 다르신 두 분이 만들어 내신 감태입니다.

어느 것이 제대로 한 것일까요? 또 어떤 것이 맛있을까요?

두 가지 다 맛본 결과는? 먹는 분들의 취향에 따라 다르겠다!! 입니다.

 

두 분은 감태를 뜨고 말리는 작업을 모두 갯벌에서부터 수작업으로 하시는데 다 건조기를 사용하시지 않고

햇볕에 전통 방식으로 말리시기에 그 수고에 대해 맛을 평가 할 수 없음입니다.

   

하우스 안 작업과 건조기에 말린 감태  


요즘은 날씨에 신경 쓰지 않고 건조기를 이용하여 감태 작업을 하는

곳이 많이 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혼자 몸으로 감태 작업을 하시는 어머님은 건조기를 들일 엄두도 내시지 못하고

쉬엄쉬엄 바람 좋고 햇볕 좋은 날 택해 감태를 부지런히 말리신다고 합니다.

    


    


감태는 말리는 것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합니다. 지나치게 말라도 또 수분기가 남아있어요.

그 향과 맛을 유지하여 보관하기가 힘들어 지니까요.

 

아직은 차가운 봄바람이지만 볕이 좋아 물기 빠진 감태를 내어 널기만 하면

금방 마르는지라, 감태 작업 할 때는 이웃집 마실은 꿈도 못 꾸는 일이라 합니다.

         

  

도란도란 할머님 시집와 감태 농사로 자식키운 이야기, 할아버지 병 수발한 이야기를 들어가며,

     

    

곁에 앉아 나그네도 감태 걷는 작업을 차곡차곡 도와 드렸는데, 뗄 때마다 풍기는 감태향이 자꾸만 침을 삼키게 만듭니다.

     

    

그런 제 마음이 보이셨던지

얼른 들어 가셔서 굴밥을 지어 감태 찢어 넣고 달래장 끼얹어 별미 밥 한 양푼을 내어 오십니다.

무슨 맛이었는지 씹기나 하고 먹었는지 나그네는 감태 열댓 톳 걷어 드린 삯으로 과분한 밥상을 받았다지요.

 

봄 감태는 역시 향이 진합니다.

서해 바다가 내 몸안으로 쑥 들어오는 맛~~    


    


감태를 맛보고 그냥 올 수는 없음입니다.

 

식구들 먹을 자연 건조된 향 좋은 감태를 사다 봄 밥상을 차리니

밥 한 그릇이 뚝딱 밥도둑이 왔다 간 것처럼 사라집니다.

 

감태! 지금 서태안 시장으로 나가보신다면

색깔 좋고 향이 짙은 감태로 건강한 봄 밥상을 차릴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