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기자단(1~10기)/3기

술라웨시에서 제주도까지, 참치길 4000km 이야기

NIFS 2011. 9. 14. 16:43

 

바다의 귀족, 참치를 찾아 망망대해를 달린 KBS 다큐멘터리

<참치길 4,000km 술라웨시에서 제주도까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인도네시아의 한가운데 위치한 술라웨시 섬.

세계에서 11번째로 큰 이 섬은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풍부한 수중생물들의 보물창고입니다.

 

 

섬의 남자들은 예로부터 고무줄과 작살하나로 먹을 것을 구해왔고 늘 날에도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곳.

이들에게 바다는 태어날 때부터 함께해온 놀이터이자 끼니를 제공해주는 보금자리입니다.

  

하지만 참치가 예전같지 않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이 먹을 만큼만 잡는 술라웨시 남자들.

그래야 이 바다도 계속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바우바우시 어시장 앞에 위치한 항구에서는 참치잡이 배들이 줄줄이 출항 준비 중입니다.

하나같이 1박 2일 일정의 작은 낚시배들.

긴 항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얼음입니다.

무더위 속 참치를 신선하게 보관하기 위해 얼음을 점검 또 점검합니다.

 

참치를 잡는 곳까지는 꼬박 12시간 걸립니다.

도중에 미끼로 쓸 고기도 따로 구해야합니다.

 

 

선장과 어부 미끼 저장고를 지킬 이들까지 모두 8명이 함께하는 길.

기나긴 여정에 앞서 배 한켠에서는 불을 피우고 졸음을 쫓기 위한 커피를 끓입니다.

배가 요동쳐도 끄덕없도록 컵에는 저마다 뚜껑이 달려있죠.

이틀마다 한 번 씩 반복되는 긴 항해길.

밤새도록 계속되는 항해에서 커피 한잔의 여유는 이들이 부릴 수 있는 유일한 사치입니다.

 

 

활력을 얻은 어부들은 다시 낚시대를 점검하고 미끼를 손질합니다.

대나무와 밧줄을 얽기 설기 엮어 만든 이 그물을 펼치고 있습니다.

물고기가 걸리면 퍼올리기만 하면 됩니다.

 

 

심지어 미끼도 필요없습니다. 석유램프가 유인책.

뗏목 한 쪽 끝에 오징어잡이 배처럼 램프를 놓아두면 햇빛대신 인공빛에 고기가 떼로 모여듭니다.

 

어둠이 깔린 적막한 바다 위 배 한 켠에서 새우잠을 자는 어부들 위로 어느 덧 동이 터옵니다. 

벌써 배를 탄지 18시간 째.

드디어 참치가 다니는 길목에 설치해둔 이정표가 보이고,

드디어 고대하던 참치를 만날 시간. 준비해온 미끼가 뿌려집니다.

 

 

몇 번을 뿌리자 깊은 바닷 속에서부터 속속 보여드는 참치들.

한 마리. 또 한 마리 걸려드는가 싶더니 하늘에서 참치비라도 내리는 듯 참치가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낚시줄을 내리는 족족 걸려드는 참치가 신기하기만 한데, 다 비법이 있다고 하는데요. 

바로 미끼와 함께 뿌려대는 물이 그 비밀. 

 

 

다른 물고기에 비해 눈이 좋은 참치의 시야를 방해하기 위해

마치 비가 오는 것처럼 물을 흩뿌려 시야를 흐리게 하는 것입니다.

 

어선 막내들이 하는 일은 미끼가 떨어지지 않도록 채워놓는 것.

참치 어획량과 상관없이 이들은 한달에 100만루피아에서 150만 루피아를 법니다.

우리돈 20만원이 채 못 된다고요.

 

그런데 최근엔 참치가 많이 줄어 어획량이 예전같지 않습니다.

 

 

12시간을 달려와 1시간 조업하고 돌아가는 길.

늦은 아침 식사는 늘 이렇게 배에서 직접 뜬 생선으로 대신합니다. 그냥 먹는 것은 아닙니다.

 

이들은 참치를 타마린드 열매를 으깨 만든 것을 물에 풀어 함께 먹습니다.

열대지방에서 많이 쓰는 타마린드 소스는 참치의 비린 내를 가려줄 뿐만 아니라

신맛과 향을 내는 데도 제격이라고요.

 

시장함은 늘 그렇듯 최고의 반찬! 다시 꼬박 12시간을 달려 돌아가는 길 만선은 아니지만

고된 노동 끝에 얻은 참치들은 가족의 생계를 보장해 줄 것입니다.

 

이틀 걸러 한 번 돌아오는 참치와의 싸움.

1박2일의 기나긴 여정의 막이 그렇게 막이 내립니다.

 

비교적 싼 편인 가다랑어는 주로 국내에서 유통되지만

황다랑어 논다랑어 같은 경우는 대향 참치는 주로 일본, 유럽, 중국, 홍콩 등 해외로 수출됩니다.  

 

그렇다면 이런 대형참치들은 어떻게 잡는 걸까요?

 

 

눈다랑어의 천국으로 아려진 이 곳 필리핀의 민다나우섬.

대형참치가 있는 곳까지는 꼬박 만3일 달려야합니다.

그리고 한 달이 넘게 참치떼를 쫓아 조업을 해야하죠.

  

 

대형참치를 잡기 위해선 미끼부터 달라야합니다.

참치가 가장 좋아하는 먹이는 오징어 먹물과 고등어.

오징어 먹물은 참치를 유인할 첫 번째 미끼입니다.

그리고 고등어 살점을 무는 순간 수심 약 50m의 참치를 잡게 되는 것입니다.

 

 

출항한지 20일 째 돌고래가 나타났다 바로 아래 참치떼가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

어부들은 빠꼬바라 불리는 일인용 배를 타고 나가 제 각각 참치 잡이에 나섭니다.

 

미끼는 참치가 활동하는 50m까지 가라앉아 참치떼를 유인합니다.

깊은 바닷속 참치 한 마리가 떠오른다. 최소 80kg은 되는 녀석입니다.

 

참치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려면 장갑은 금물입니다.

80kg이 훌쩍 넘는 놈을 끌어올리는 끔찍한 고통도 참치와 싸울 때는 느낄 새도 없죠.

 

 

인도네시아처럼 다 같이 잡아 다 같이 나누는 법은 여긴 없습니다.

잡은 자에게만 댓가가 돌아가는 냉정한 세계.

한 달을 똑같이 고생해도 댓가는 똑같이 돌아가지 않습니다.

 

 

수개월 간의 고된 조업을 마친 이들의 배가 도착하는 곳은 필리핀 제너럴 산토스.

 

 

 

이곳은 초대형 참치가 매일 천마리 이상 하역되는 참치의 수도입니다.

 

 

더위에 참치가 상하지 않도록 80kg가 넘는 참치를 들고 사뿐사뿐 뛰는

사람들의 모습은 이곳에서 일상입니다.

 

 

경매에 참가하는 이들은 미국과 중국 일본에서 온 도매상들.

신선도와 어종에 따라 등급이 매겨집니다.

 

 

A 등급 100kg 참치의 경우 한 마리에 우리 돈 약 75만원.

도매상에 넘겨지는 즉시 비행기에 실려 세계 곳곳으로 팔려나갑니다.

 

한없이 풍요로워보이는 바다. 하지만 현지인들은 하나같이 예전같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그리고. 참치다랑어 어획량과 소비량 모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참치대국 일본.

그 중에서도 와카야마현의 가초란은 일본 참치어업의 전쟁기지입니다. 

 

참다랑어 어획량으로 세계1위를 자랑하는 일본은,

그러나 자체생산량으로는 감당이 안돼 전세계 어획량의 1/4을 또 수입합니다.

 

 

그러고도 모자라 참다랑어 양식에도 일찌감치 뛰어들었습니다.

1970년 시작된 참다랑어 양식 연구는 지난 2002년 세계최초로 완전 양식에 성공하며 빛을 발했습니다.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은 참다랑어 치어가 1500마리.

하지만 이렇게 되기까지는 무려 32년 간의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했다고 합니다.

 

 

세계 최초로 참치 양식을 성공시킨 일본 긴키대학교 수산연구소.

첫해에는 무려 치어가 모두 죽어버렸고 그 다음해에는 58일을 살아 최종길이 9cm.

하지만 그 후 11년 동안 전혀 산란하지 않아 실험조차할 수 없는 힘든 시간을 견뎌야만 했습니다.

 

나중에야 수온이 문제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렇게 연구를 이어간지 24년째인 1994년.

알에서 부화한 1800마리를 바다속 수조로 옮기는데 간신히 성공하죠.

 

하지만 바로 다음 날 일이 벌어집니다.

드디어 여기까지 왔구나 싶었는데 옮겨놓은 물고기가 밑에 하얗게 가라앉아 있었던 것.

방사선 촬영을 해보니 참다랑어 머리밑 부분 척추가 다 부러져 있었습니다.

 

참치는 태어나자마자 맹렬히 헤엄을 치기 시작해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습니다.

잘 때도 시속 30~40km 빠를 땐 시속 160km까지 속도를 냅니다.

활어조가 너무 작았던 것입니다.

헤엄을 치다 활어조에 부딪혀 죽거나 자기들끼리 부딪혀 죽는 것도 부지기수였습니다.

 

참다랑어의 치어가 가장 많이 죽는 시기는 치어 상태일 때.

그 때 무쳐 90%가 죽습니다.  

또 남은 치어들 중 양식장 안에서 그문에 부딪히거나 서로 충돌해서 반이 죽죠.

 

결국 알에서부터 이 크기로 자랄 때까지의 생존률은 2%.

알에서부터 산란까지 성공한 참치는 현재 23마리.

일본 참치 연구와 양식에 초석이 되어 온 이 참치들은 현재 다시 산란기에 접어든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양식한 참치와 자연 참치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양식참치는 자연산보다 육질이 부드럽고 기름기가 더 많습니다.

무엇보다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죠.

 

그리고 이를 발판삼아 최근 일본에서는 새로운 연구가 한창입니다.  

유전자를 통해 각각 참치들의 생물학적 특성인 성장, 질병저항력, 육질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바로 참치에서 디엔에이를 분석해 암수를 구별하고 성장이 빠른 소위 슈퍼 참치를 만든다는 계획!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떨까요?

지난 2007년. 통영인근에서 참다랑어가 잡히면서 처음으로 양식이 시도된 이래.

우리나라에서도 참치 양식을 위한 연구가 시작됐습니다.

 

제주도에서 배를 타고 20여분. 5km를 나가면 양식장이 있습니다.

특이한 것은 먼 바다에 설치돼 있고 바깥에서는 보이지 않는 외해수정가두리양식장이라는 것.

 

이곳에선 전문 다이버가 매일 들어가 상황을 점검하고 먹이를 줍니다.

제주도 바다는 수심이 깊고 물이 깨끗하다 산소가 풍부하고 바닷물의 흐름도 원활합니다.

산소소모량이 큰 참다랑어를 키우기에는 더없이 좋은 조건이죠.

 

 

바다 속에 통째로 집어넣은 양식장에는 한쪽에 지퍼가 달려있어 다이버의 출입이 가능합니다.

중심기둥에 그물을 둘러쳐 팽이모양으로 만들어진 가두리 양식장.

중앙기둥에 공기를 넣거나 빼 물 위로 띄우거나 가라앉힐 수 있습니다.

이를 참다랑어 양식에 적용한 것은 우리나라가 처음이라고 합니다.

수심 10m에 설치된 가두리 양식장은 태풍이나 적조피해에서도 비교적 안전합니다.

 

 

시설에 별다른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나면 먹이를 줄 차례.

고등어와 전갱이가 든 자루와 함께 다이버가 양식장 안으로 들어갑니다.

 

 

이곳에는 현재 127마리의 참다랑어가 있습니다.

2008년도에 일본에서 수입한 자연산 치어가 입식한지 3년만에 30kg까지 성장했습니다.

보통 5~6년이 지나면 성숙기를 맞는 참다랑어.

이들도 3년만 지나고 나면 어미로 성장해 산란을 할 것이고 이들을 이용한 완전 양식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예로부터 날생선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던 미국인들 사이에서 

일본 스시가 유행을 하면서 참치는 이제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습니다.

최근엔 중국에서도 상류층이 즐기는 고급요리로 떠오르고 있다고 하는데요.

 

 

20세기 후반 냉동기술과 항공기술이 발전하면서 어획량도 급격히 증가한 참치.

 

 

이러다보니 특히 참치 중에서도 참다랑어는

국제회의에서 멸종위기 종으로 논의될 만큼 심각한 상황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현재 활동 중인 세계 5대 참치 기구 중 4곳에서는

매년 각국의 상황을 점검해 참치어획량의 쿼터를 할당하고 있습니다.  

결국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누가 많이 차지하느냐의 문제가 된 것입니다.

 

 

방송을 보고 난 후에도 술라웨시 어부의 '우리가족이 먹을 만큼만 잡는다'는 말이.. 

이유는 단지 그것이 옳다고 믿기 때문이라던 말이 가슴 속에 남습니다. 

 

하루빨리 양식에 성공해 단지 우리가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길러낸 치어를 방류하고 참치의 씨가 마르지 않도록 보호해

술라웨시부터 제주도까지, 참치길 4,000km위의 사람들이

모두 행복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