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전 세계는 아문젠과 스콧의 남극점 최초 도달 경쟁으로 떠들썩했습니다.
승리자는 아문젠.
뒤늦게 도착한 스콧은 쓸쓸하게 되돌아가던 귀향길 위에서 죽고말죠.
그리고 이 역사적 경쟁은 남극점에 도달하는 시간을 단축하는 기록경쟁으로 이어집니다.
2004년에는 대한민국의 박영석 대장이 도보로 기록한 당시 최단 기록인 45일.
올해 역시, 최고 기록이 갱신되어 무려 25일만에 인간은 남극점에 도달했습니다.
그리고 2011년. 박영석 대장은 다시 남극을 찾습니다.
25일보다 더 빨리 남극점에 닿기 위해서냐고요?
아닙니다. 이번엔 오로지 태양열로만 움직이는 친환경 에코모빌과 함께
남극점을 향한 3000km의 대장정에 올랐습니다.
칠레의 푼타아레나스를 출발한 비행기는
4시간 반만에 남극의 얼음 활주로에 착륙합니다.
박영석 대장이 이끄는 원정대원은 6명 다큐멘터리 제작팀 3명.
원정대장비만도 2.5톤입니다.
활주로에서 20km 떨어진 곳에 남극유일의 빙간기지가 있습니다.
남극탐험 대행사 ALE가 운영하는 유니언 클레이셔 베이스캠프.
항공기 운항 원정대보급과 긴급구조 등 남극탐험을 총괄하는 기지다.
남극탐험에 나서는 원정대는 모두 이곳에서 출발하죠.
일반 스노우모빌이 지나가면 역한 기름 냄새가 진동을 하지만
우리 그린 원정대의 친환경 스노 모빌 에코모빌은 냄새도 소음도 없는
태양에너지를 이용한 친환경 모빌입니다.
남극이라는 혹독한 환경속에서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이용한 탐험은 획기적인 발상이라며 찬사를 받고 있지만
지원차량도 없이 떠나는 그들에게 무모하고 불가능한 도전이라는 시선을 보내는 이들 역시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50년 후엔 석탄 석유가 고갈됩니다.
기름 한 방울 쓰지 않고 재생 에너지만을 이용한 이번 탐험은
화석 연료 없이 살아야하는 인류의 미래를 위한 실험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거북이 1호, 거북이 2호.
느리지만 쉬지 않고 달리는 에코모빌에 대원들이 붙여준 애칭입니다.
마침내 얼음바다에 거북선이 떴습니다.
지구환경을 생각하며 온전히 우리 기술로 만든 창조물이 남극의 실험대 위에 오른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뜻깊은 취지의 실험에도 남극은 결코 호락호락하게 문을 열어주지 않습니다.
주위가 온통 하얘져서 원근과 높낮이를 구분하기 힘든 화이트아웃 상태.
GPS가 아니면 방향도 잡기 힘듭니다.
또 지난 11월 내린 폭설로 눈이 깊고 화이트아웃이라
3시간 주행에 26km 밖에 이동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나쁜 날씨가 더 큰 문제가 되는 이유는 바로 충전입니다.
멈춘 모빌을 충전하는 시간은 평소엔 10시간이면 되지만
해가 약해 두 배가 넘는 20시간을 충전해야하는 것.
하지만 대원들은 착하게 살자, 그 동안 착하게 살았으면 곧 날씨가 좋아지겠죠.
우스갯소리로 서로를 격려합니다.
출발 준비에 피곤한 데다 백야로 생체리듬이 흐트러져
지친 대원들은 눈길위에서 쪽잠을 청합니다.
그런데 태양열 집열판, 솔라모들이 이동 중 얼음알갱이에 긁혀 손상됐습니다.
하나가 고장나면 다른 하나도 사용할 수 없습니다.
한쌍을 직렬 연결해야 48볼트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전압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충전 시간은 더 길어 질 것 같습니다. 13시간 충전했는데 35~40% 충전됐습니다.
그나마 비치던 태양도 들어가고 바람도 멈췄습니다.
대원들은 텐트를 치고 식사를 하기로 합니다.
원정대의 주식은 동결건조한 쇠고기비빔밥.
건조식품은 물 배합이 맛을 좌우한다고 하는데요.
25년 탐험경력의 소유자답게 박영석 대장의 요리실력이 꽤 훌륭했나봅니다.
맛있다는 탄성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옵니다.
18시간만에 걷힌 하늘. 하지만 구름에 갇혀 있는 태양.
태양 한 조각이 아쉬운 원정대에겐 애가 탑니다.
밧데리를 아끼기 위해 뒤에선 걷는 대원들.
거북이 2호의 힘을 덜어주기 위해 스키 운행을 시작하는 대원들.
그래야 조금이나마 이동거리를 늘일 수 있습니다,
바람에 깎여 울퉁불퉁해진 사스투르기 지형.
오르막이 심해 1.5톤이 넘는 무게를 혼자 힘으로 끌고 가는 거북이 2호가 힘에 부칩니다.
50% 충전된 배터리로 가까스로 18km를 넘깁니다.
다시 충전을 위해 멈추는 대원들.
남극은 대기중에 이물질이 없고 반사되는 빛이 많아 태양광 효율은 20~30% 올라갑니다.
한시간에 15도씩 이동하는 태양. 빛을 정면으로 받을 때와 사각으로 받을 때 전력차이가 크게 나죠.
충전효율을 높이기 위해 방향을 돌려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김수훈 팀장이 갑자기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에코모빌의 모든 데이터가 들어있는 노트북을 잃어버린 김수훈 팀장이
반드시 찾아야한다며 홀로 길을 떠났는데, 악천 후 때문인지 위성전화가 계속 불통입니다.
김수훈 팀장이 떠날 때만 해도 날씨가 화창해 우모복도 입지 않았는데
그가 사라진지 11시간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날씨도 나쁩니다.
지원팀이 김수훈 팀장이 돌아간 길을 밟습니다.
3시간 정도 걸어내려갔을 물렵 드디어 김수훈 팀장과 무전이 되고,
수색 4시간 만에 기어이 노트북을 찾아 안고서 탈진한 김수훈 대원을 발견합니다.
이 원정의 장비를 만든 사람으로서 목숨걸고 찾아올 만큼 중요했던 노트북.
하지만 김수훈 대원은 그걸 찾지 못하면 이 원정은 끝이라는 생각으로
걷고 또 걷가 그만 탈진을 하고 말았다고 합니다.
보온병과 우모복과 비상식을 챙겨 수색에 나선 두 대원이 아니었으면
김수훈 대원은 저체온 증으로 생명을 잃을 수도 있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은 하얀 지옥이었다고 합니다.
실종 12시간은 온갖 불길한 상상에 짖눌린 공포의 시간.
쏟아지는 졸음을 쫓기 위해 노래를 수백 곡을 불렀습니다.
박영식 대장은 긴 시간 마음 졸인 탓에 갖은 호통을 치다가도
밥을 퍼서 제일 먼저 김수훈 대장에게 건냅니다.
"새롭게 태어난 첫 생일 밥이다."
박영식 대장도 처음 봤다는 남극의 이상 기후.
25년의 탐험 생활 동안 1cm이상 눈이 온 걸 본 적이 없는데,
이날 하루만에 10cm가 넘는 눈이 내렸습니다.
최근 이상기후로 남극은 전에 비해 포근해졌다 특히 서남극 일대에 저기압이 포진하면서
눈 내리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이 모든 것이 에코모빌이 반드시 성공해야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다시 장비를 보강하고 갈 길을 재촉합니다.
날씨가 계속 안 좋았던 탓에 5일간 이동한 거리는 100km 원래는 300km는 이동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태양의 돛을 활짝 펼수 있다면 따라 잡을 수 있는 거리.
이 도전은 인류의 미래를 위한 실험입니다.
기름 한 방울 쓰지 않고도 세상 끝까지 갈 수 있다는 꿈.
남극에 빛의 길을 낼 수 있다는 믿음.
태양이 지지 않는 한 멈추지 않을
거북이 1,2호의 질주를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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