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기관/고래연구소

노래부르는 고래, 혹등고래를 아십니까?

NIFS 2010. 11. 18. 11:07

 

 

하와이의 따뜻한 바다.

매년 1월부터  4월까지 곳곳에 분포되어 있던 혹등고래들은 하와이를 찾습니다.

그 수는 매년 5000천 마리 이상에 달한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시기 하와이 근처는 플랑크톤과 한류성 어류가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이곳에 머무는 넉달 동안은 먹이를 거의 구할 수 없다는 거죠.

 

그리고 그들은 하루종일, 혹은 며칠씩 쉬지 않고

바다가 울릴 정도의 아주 큰 소리로 노래를 부릅니다.

그 동안 이들은 짝짓기를 하거나 새끼를 낳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요.

 

지금까지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는 혹등고래.

그런데 그들은 왜 이곳에서 노래를 하는 것일까요?

 

 

 

혹등고래는 대략길이  13미터, 몸무게 30톤에 이르는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며

최고 50년까지 살수 있습니다.

 

또한 연구하기 유난히 까다로운 동물로 알려져 있죠.

육안으로 수컷과 암컷의 구별도 어려우며 생애 90프로를 수면 아래에서 보낸다고 합니다.

일부는 수천킬로를 이동해 열대에서 극지방까지 여행을 다녀오기도 하죠.

 

혹등고래의 폐는 인간보다 5배는 효율적이라고요.

한번에 40분 이상 잠수가 가능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놀라운 폐활량으로 그들은 노래를 부릅니다.

 

 

 

노래를 하기 위해 물밖에서 숨을 들이마신 후, 15미터 아래로 잠수해 들어갑니다.

그리고 소리가 옆으로 퍼져나갈 수 있도록 머리를 아래로 하고 거의 움직임없이 정지해 있죠.

폐에서 흘러나온 공기는 서로 연결되어 있는 연골 한 쌍을 지나

접혀져있는 조직을 진동하게 합니다.

 

 

공기는 아래쪽 주머니를 부풀게해 소리가 울려퍼지게 합니다.

주머니와 폐 사이에 공기가 순환하면서 긴 노래가 가능하게 되는데

높은 음의 짧고 날카로운 소리에서부터

낮게 웅웅거리는 베이스 음까지 다양하게 노래할 수 있게 됩니다.

  

물에 뛰어난 전도성 덕분에 혹등고래의 노래소리는 초속 1600미터 이상의 속도로 이동하고

최고 160km까지 전달됩니다.

다른 고래들은 사람의 귀와 유사한 눈 가까이 있는 작은 구멍을 통해 노래를 감지합니다.

 

 

그들의 노래소리는 어마어마하게 커서 가까이 가게 되면

마치 소리에 두들겨 맞는 느낌으로 실제 소리에 다가가면 온 몸이 아플 정도라고 하네요~ 

 

혹등고래는 이렇게 온 몸을 이용해 미묘한 변화를 주거나 새로운 변주곡을

며칠씩 노래를 계속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노래는 다른 동물들의 노래 가운데서도 대단히 복잡한 편입니다.

다양하고 넓은 음역을 사용하는데요. 음계와 속도 세기에 변화를 주고

심지어 의도적으로 일부분을 반복하기도 합니다.

 

혹등고래 노래의 테마는 서로다른 특정한 소리로 구성되어 있고

이 소리는 하나의 패턴을 이루고 있는데 이를 구라고 부릅니다.

 

알파벳 소리를 이용해 각각의 소리를 지칭해보면

테마1을 AAB AAB AAB AAB AAB라고 표현할 수 있는데요.

그들은 이러한 AAB라는 구를 테마 속에서 계속 반복됩니다.

 

그리고 테마2로 넣어가 CCCD CCCD CCCD CCCD를 반복하고

몇 분 후 테마3, 테마4로 넘어갑니다.

 

그리고 수면 위로 올라와 숨을 쉬고 다시 바다속으로 내려가

테마1로 돌아가서 다시 노래를 부르죠.

 

이렇게 혹등고래들은 특정한 노래 한 곡을 반복적으로 부르는데요.

놀랍게도 한 집단의 고래들은 늘 같은 노래로 끝을 맺습니다.

그리고 노래를 부르는 동안 노래는 계속 서로를 모방하며 바뀝니다.  

 

 

또 놀라운 점은 거대한 하나의 대양에 사는 고래들은

모두 하나의 노래를 배워 함께 부른다는 것입니다.  

 

무리에서 이탈한 수놈들이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멕시코, 일본, 필리핀에 사는 고래들에게까지 퍼져나가

전 세계의 고래가 하나의 노래를 부르게 된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

왜 다른 녀석들은 새 노래를 배워온 녀석들을 순순히 따라

새노래를 부르는 걸까요?

 

그것이 바로 혹등고래의 중요한 특징인데요.  

그들은 새노래를 받아들이는 데에 아주 적극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들은 왜 새 노래를 받아들이는 걸까요? 

 

 

연구에 의하면 수놈들은 새로운 노래를 굉장히 원하고 있다고 합니다.

모두 같은 노래를 부르다가 한 녀석이 새로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면

모두들 예전 노래를 버리고 새 노래를 배우기 시작한다고요.

 

이유는 바로 암놈 때문입니다.

 

암놈들은 새로운 빠르게 감지하고 받아들이는

그러니까 유행에 민감한 수놈에게 더 끌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암놈들이 새 노래를 부르는 수놈들을 다른 수놈들보다 더 빨리 변화를 감지했다는 점에서

더 영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굉장히 복잡하고 구조적인 규칙을 가지고 있는 혹등고래의 노래.

그런데 그들의 노래는 왜 이렇게 복잡한 걸까요?

 

짝짓기 시즌에만 노래를 한다면 암컷에게 구애를 하기 위함일까요?

하지만 과학자들은 노래의 기능을 고려해볼때 이렇게까지 복잡할 필요는 없다고 입을 모읍니다.

  

과학자들은 사회적 동물이고, 무리를 지어살며, 사냥도 함께 하고, 협력할 능력도 있는 혹등고래는

서로 의사소통을 할 수있다고 추측합니다.

그리고 고도의 인지기능을 가졌으며 부분적으로는

인간과 비교 가능한 수준일 지도 모른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먹이를 잡기 위해 사용하는 전략, 고도의 협력행위를 보면 

그들의 지능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물거품 그물이라는 전략으로 물고기 떼를 잡기 위해

이들은 20마리까지 모여 함께 사냥하는데요.

 

 

 

한 녀석이 물거품을 만들어 물고기를 에워싸고,

동시에 아래쪽에 있는 다른 고래들이 높은 울음 소리로 단단한 소리벽을 형성하고

물고기떼를 바짝 조여갑니다.

그리고 고래들은 다같이 달려들어 수백킬로그램의 먹이를 집어 삼키죠.

 

 

그들의 높은 지능은 실제 혹등고래의 뇌에서도 그 특이점이 발견됩니다.

 

이들의 뇌에서 발견되는 방추형의 특별한 뇌세포 뉴런은 오로지 고등영장류와

일부 돌고래 및 고래에서만 발견되는 것으로

복잡한 사회적 기능을 통제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는 고도의 인지과정을 관장하는 영역에 주로 분포하는 뉴런으로

인간에게 있어서는 사회적 관심, 인지, 감정통제,

자기인식, 판단, 도덕, 흥미 등을 관장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요.

 

그리하여 과학자들은 그들 이 복잡한 노래의 기능과 목적에

아직 밝혀지지 않은 또 다른 진실이 숨겨져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합니다. 

 

  

상당히 체계적이고 복잡한 구조를 가진 그들의 노래.

그리고 그들은 전세계를 무대로 변화를 습득하고 받아들인다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고래의 노래에 대한 연구에 그치지 않고 

인간 언어 진화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얻을 수도 있는

아주 중요한 연구가 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우리와 세계를 공유하고 있는 신비로운 생명체,

그들 노래의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요?

 

어쩌면 이 놀라운 노래의 연구 끝에

다른 종과의 의사소통이 더 이상 불가능한 꿈이 아닌

먼 미래를 향한 첫 발자국이 이어질 수도 있는 것이겠죠.

 

늘 더 큰 시야를 갖고 인간과 자연에 대한 균형잡힌 시각을 갖는 것.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는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이 반드시 필요하겠습니다.

 

 

바다야사랑해 블로그기자 박인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