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기자단(1~10기)/3기

장마는 이제 안녕, 한국은 지금 아열대성 우기!!

NIFS 2011. 7. 29. 14:35

장마가 물러가고 이제 불볕더위가 시작되는가 싶었더니

어쩐 일인지 하루 종일 물폭탄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저희 집도 집 주변에 떨어진 낙뢰와

무시무시한 천둥소리에 깜짝 놀라 잠에서 깼는데요.

 

 

중부지방에서는 지난 한 달간 예년 같은 기간에 비해

4배가 넘는 양의 비가 내렸다고요.

 

특히 어제부터 발생한 집중호우가 27일 오전까지 이어지면서

강수량 관련 각종 기록이 경신되고 있다고 합니다.

부산 역시 시간당 강수 96mm를 기록하며 기상관측 이래 최고기록을 세웠는데요.

  

 

일단 이런 국지성 호우가 잦은 이유는 

대기의 불안정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이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강한 남서풍을 타고 유입되고

대기 중ㆍ하층의 건조한 공기가 유입되면서 대기 불안정이 강화된데다

우리나라 북동쪽 사할린 부근에 저지 고기압으로 인해

기압계의 흐름이 정체됐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대기 중 따뜻한 공기가 아래에, 찬 공기가 위에 있으면

온도차를 해소하기 위해 따뜻한 공기는 올라가고

찬 공기는 내려오는 대류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러한 대류가 발생한 지점에는 폭우가 집중된다는 건데요.

 

물이 끓기 시작할 때 부분적으로 퍽하고 튀는 것처럼

대기 중에서 대류가 발생한 지점에는 폭우가 내리면서

그렇지 않은 지역과 강수량에 차이를 보이게 된다고 합니다.

  

  

그래요. 국지성 호우는 그렇다 쳐요.

그런데 장마철도 아닌데 시도때도 없이 내리는 비...

게다가 서울 강남 한복판을 물바다로 만들 정도의 당황스러운 폭우.. 이거 좀 이상하지 않나요?

그 동안 익숙했던 여름 기후의 패턴과 뭔가 다릅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상식으로는 7월 장마가 끝나면

8월에는 강한 태양광선과 함께 불볕더위가 찾아오는 것이 당연.

 

그러다 8월 말~9월 초가 되면 찬 성질의 대륙 고기압이 아래로 뻗어내려와

맑은 하늘과 함께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곤 했다.

 

그런데 요 몇 년간, 우리들의 상식을 뒤흔드는 여름 날씨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대체 한반도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기상청의 기록들은 최근 들어 한반도의 여름철 비 오는 패턴이

뚜렷하게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합니다.

 

첫째로 이제 한국에는 장마예보가 없어졌습니다.

‘8월 강수의 증가’가 그 첫째 이유인데요.

 

일반인은 여전히 7월 장마를 전후해

비가 더 많이 내릴 거라는 통념을 갖고 있지만,

 

기상 기록은 7월 비가 감소하고

8월 비가 증가하는 현상을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1980년을 기점으로 8월 강우량은 이전 대비 25%나 증가하고 있습니다.

기상청이 2008년부터 장마 예보를 없앤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장마전선이 소멸된 뒤로도 강한 비가 수시로 내리면서

장마 예보를 한다는 게 오히려 일반의 혼선을 부추길 수 있어

급기야 장마예보가 사라졌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장마예보를 길게 내리면 되지 않느냐 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장마철에 오는 비와 그 뒤에 오는 비는 생성 메커니즘이 다릅니다.

 

장마철에는 남쪽의 무더운 북태평양 고기압이

북쪽의 찬 공기를 밀어 올리는 과정에서 비가 내리지만,

 

장마가 끝난 8월 이후로는 반대로 북쪽의 찬 공기가

북태평양 고기압을 밀어내면서 비를 뿌리는 양상으로 바뀐다는 것인데요.

 

학자에 따라서는 장마철에 오는 비를 ‘장마 강수’,

지금처럼 8월 중순~9월 초순에 오는 비를 ‘장마 후 강수’

혹은 '제1 우기' '제2 우기'로 구분해 부르는 학자도 있다고 합니다.

 

실제 여름철 비 오는 패턴이 이렇게 변하면서 ‘장마’라는 용어를 폐기하고

한국의 6~9월에 '우기'라는 개념을 도입하자는 이야기도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고요.

 

 

 

또 주룩주룩 내리는 여름비에 힘입어

한반도 연 강수량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국립기상연구소는 지난 100년간(1912~2008년)

국내 6개 관측 지점에서 관측된 기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세기 초반에 비해 최근 10년간 연 강수량이 19% 증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1910년대에 이들 6개 관측 지점의 평균 연 강수량이

1155mm였던 데 비해 2000년대에는 1375mm였습니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비 오는 양은 증가한 데 반해

비 내리는 날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1920년대와 1990년대 한반도 남부 일대 강수 패턴을 비교해보면

연 강수량은 7% 증가한 반면

강수일수는 1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쉽게 말해 한 번 올 때 더 많이, 더 세게 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

 

국립기상연구소는 폭우, 집중호우 등 이른바 극한강수의 발생 빈도가 잦아진 것이

최근의 기후 특성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주요 원인으로는

첫째, 한반도 주변 기압 배치의 변화

둘째, 적도 태평양 해수면 온도의 변화

셋째, 태풍 강도 및 이동경로의 변화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요.

 

다시 이 모든 현상의 원인으로는

바로 지구온난화 현상을 들 수 있습니다.

 

여름철 강수 증가는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로 바뀔수록 더 심화될 전망입니다.

 

국립기상연구소는 21세기 말 한반도 연평균 기온이

20세기 말에 비해 4℃ 상승하며, 연 강수량은 17% 증가.

특히 8월과 9월의 강수량 증가가 클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결론은 하나.

우리의 상식을 수정할 때가 되었습니다.  

  

지난 장마의 추억은 접고 한국형 우기에 제대로 대비하여

더 이상의 안타까운 인명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이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국민들의 제대로된 인지가 반드시 필요하겠습니다.

 

 

   바다야 사랑해 3기 블로그 기자 박인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