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코노미야끼를 먹어본 이들이라면 오코노미야끼 위에 살포시 앉아
뜨거운 김 속에서 사그락 사그락 소리를 내며 오그라들던 가쓰오부시를 기억하실텐데요.
오늘은 일본에서 가장 사랑받는 국민 음식 재료, 가쓰오부시에 대해 이야기할까 합니다.
먼저, 가다랑어의 역사와 전통을 잘 살펴볼 수 있는 드라마가 한 편 있습니다.
2008년, 아오이 유우 주연의 <오센>이라는 작품인데요.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는 가츠동을 전자렌지에 돌려먹고 야끼우동에 마요네즈를 뿌려먹는 시대.
빠르고 새롭고 편리한 것이 미덕인 21세기에 일본정통요리 전문점 <잇쇼안>의 역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젊은 여주인 오센의 이야기입니다.
느리고 오래된 것에도 분명 그만의 가치가 있다고 말하는 이 드라마에서
첫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이 바로 가쓰오부시입니다.
쌀 씻는 법부터 그릇 하나하나에 모든 정성을 쏘든 일본정통음식점 잇쇼안 역시
가쓰오부시는 절대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음식 재료.
일단 장국, 우동 국물의 기본부터 가쓰오부시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끝까지 제 손으로 가쓰오부시를 만들어 온 가쓰오부시 장인의 아들은
이제 비효율적인 방법을 버리고 시대의 흐름에 맞게 바꾸어가야 한다고 주장하죠.
그런데 여기서 손으로 직접하는 게 옳지, 하고 쉽게 이야기할 것도 아닌 것이
가쓰오부시를 만드는 방법은 참으로 길고 복잡한 작업을 거칩니다.
먼저, 가다랑어의 머리와 내장 등을 떼어내고 찜통에 찝니다.
쪄낸 다음에는 가다랑어의 뼈를 발라내고 불을 쬐어 건조시키고
다시 하룻밤 동안 그대로 두었다가 불을 쬐어 건조시킵니다.
이와 같은 과정을 수차례 반복하여 충분히 건조시킨 가다랑어를
1~2일 햇볕에 쬐어 밀폐상자에 넣고 약 2주간 지나면 푸른곰팡이가 핍니다.
이것을 햇볕에 말린 뒤 다시 상자에 넣어 곰팡이가 피게 하는 방법을 4~5회 반복하면
곰팡이가 거의 피지 않게 되어 완성품이 되는데,
이렇게 되기까지 무려 4~5개월의 시간이 걸린다는 것입니다.
곰팡이를 피우는 까닭은 확실하지 않으나 지방분을 감소시키고,
향미와 빛깔을 좋게 하는 효과가 있는 듯하다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붉은빛을 띤 독특한 흑갈색으로 윤택있는 것이 좋고,
검은 기가 많거나 황갈색, 회갈색을 띠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다음은 바짝 말린 생선이 된 가쓰오부시를 그때 그때마다 곱게 갈아 사용합니다.
그렇다고 오센이 이들에게 직접적으로 오래된 것을, 느린 것을 강요하거나 주장하지 않습니다.
단지 식당으로 초대해 따뜻한 밥과 정성들여 만든 요리를 선보이며 이야기를 하죠.
빠르고 편리한 것도 좋지만, 그래도 잇쇼안은 여기에 있어야 한다고.
그것이 바로 여주인으로서 잇쇼안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이죠.
다음은 일본에서 가쓰오부시의 의미를 짐작할 수 있는 드라마 <심야식당>을 소개합니다.
가쓰오부시 이야기는 <심야식당> 2회에 등장하는데요.
무명엔카 가수가 매일 밤 주문하는 고양이 맘마가 바로 그 주인공,
고양이 맘마는 갓지은 밥에 가쓰오부시를 얹고 간장을 살짝 뿌려 비벼먹는 음식으로
우리나라 음식으로 치자면 간장과 참기름에 비벼먹는 밥 정도 될까요?
심야식당의 주인이 남몰래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 냄비에 정성들여 밥을 짓고
역시나 손수 곱게 갈아 밥 위에 살포시 앉혀 간장을 살짝 뿌리면
그녀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고양이맘마가 완성!
그 모양도, 상상할 수 있는 맛도 너무나 수수해서
홀홀단신 도쿄로 올라와 매일 밤 고양이맘마를 먹으며
무명엔카가수 시절을 견뎌내는 주인공의 모습에 가슴이 짠합니다.
이 글을 쓰다보니 급궁금해지는 고양이맘마의 맛!
대체 어떤 맛일까 궁금해 밥을 올리고 가쓰오부시를 준비해봤습니다. ㅋㅋ
밥 위에 살포시 얹으니 뜨거운 밥때문에
가스오부시가 사락사락 듣기 좋은 소릴내며 춤을 춥니다.
마지막으로 간장을 반 큰술 끼얹어 슥슥 비벼먹어봤는데요~
음~~ 짭쪼롬하면서도 구수한 가스오부시의 향과
간장의 짠맛이 쌀밥 본연의 맛을 돋보이게 한달까요~
짜기만 할 것 같았는데 씹으면 씹을 수록
오히려 입안가득 쌀밥의 달콤함이 즐거운 고양이 맘마였어요~
출출한데 식사 챙겨먹기 귀찮은 날
또는 바쁜 아침식사 때 꽤 괜찮은 메뉴가 될 것 같아요 ^^
여러분도 고양이맘마에 한 번 꼭 도전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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