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기자단(1~10기)/3기

바다를 구한 소년과 듀공의 아주 특별한 우정 이야기

NIFS 2012. 2. 1.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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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코타키나발루의 만타나니 섬.

따뜻한 남중국해에 자리잡고 있는 만타나니 섬은

북 보로네오로부터 약 30km 떨어진 바다에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사바 주에 속한 이 섬에 살고 있는 사람은 단 200여명.

이 들이 의지하고 살아가는 것은 오직 바다 뿐입니다.

 

 

 

책가방을 둘러매고 학교로 향하는 이 소년, 딘이 바로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딘은 어디로 보나 평범해 보이는 소년인데요.

하지만 그의 학교는 무척이나 특별합니다.

 

 

매일같이 집 반대편의 후미지고 한적한 만으로 향하는 소년.

이곳은 자신의 보물을 숨겨놓는 자신만의 비밀장소이자 학교입니다.

 

 

딘은 할아버지가 선물한 카누를 타고

자신이 너무나도 사랑하는 세계로 나아갑니다.

뭔가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딘은 세상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학교인 바다에서 수업을 합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학교를 다니는 기분은 대체 어떨까요?

 

친구들이 책과 씨름하고 있는 동안

딘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잠수해에 도착합니다.

 

 

부둣가의 골조가 있는 곳으로 낡고 오래된 기둥은

수많은 야생 해양 생물의 안식처이자 쉼터가 되었죠.

 

 

딘은 주변을 헤엄치며 돌아다니는 물고기들의 얼굴을 모두 알아볼 수 있습니다.

가족만큼이나 익숙한 얼굴들이죠.

 

 

 

그런데 오늘은 이 조용한 만을 찾은 낯선 얼굴이 또 하나 있었습니다.

이 얼굴은 이 바다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는 딘에게도 낯선 얼굴.

 

 

 

하지만 대담한 소년 딘은 카누를 뒤집으려고 하는 녀석의 행동에도

당황하지 않고 용감하게도 손을 내밉니다.

 

 

 

피부는 부드럽고 뻣뻣한 짧은 털이 나있으며

꼬리에는 큰 상처 자국이 남아있는 녀석의 이름은 듀공.

 

딘은 듀공을 좀 더 가까이서 보기 위해 호흡을 가다듬고 물 속으로 뛰어듭니다.

 

 

 

듀공은 귀를 기울여 소년에게 집중하고 시력은 나쁘지만 귀는 굉장히 예민합니다.

딘의 얼굴은 흐릿하게 보이지만 딘이 내는 소리는 모두 똑똑하게 알아들을 수 있죠.

 

물 속에 들어가자 듀공은 다 자라지 않은 새끼지만 무게는 400kg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이 거대한 덩치에 어린 듀공은 딘을 보고 겁에 질려 달아납니다.

 

 

 

가장 희귀한 해양생물체 중 하나로 손꼽히는 듀공은

바다소류, 물에 사는 초식 포유동물입니다.

 

물고기처럼 헤엄치지만 사람처럼 물 밖에서 숨을 쉬는 회색 동물.

듀공의 친척 격인 매너티는 덩치가 크고 민물에서도 살 수 있지만

듀공은 평생 바다에서만 삽니다.

 

 

 

뼈가 단단하고 무거워 자연부력을 조절할 수 있는 듀공은

근육을 움직이지 않고 헬리콥터처럼 수직으로 이동할 수도 있습니다.

 

잠은 해저에 누워 자는데요. 그것도 아주 잠시 뿐.

20분마다 한 번씩 물 위로 올라와 숨을 쉬어야 합니다. 

 

 

용감한 딘의 다정한 손길에 듀공은 점점 긴장을 풀고

서로 바다를 사랑하는 마음을 함께 나눌 친구가 됩니다.

 

 

 

이곳 섬사람들은 오직 바다에 의지해 생계를 꾸려갑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들의 보금자리가 파괴되기 시작했습니다.

 

 

 

어획량이 반으로 줄어들고 최근 몇 개월간 물고기 떼도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그 이유를 알지 못했죠.

싱싱한 해산물이 없다면 이 섬에는 사람이 살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며칠, 몇 주, 몇 달이 지나면서 듀공도 점점 기력을 잃어갔습니다.

 

 

그때, 귀가 찢어질 듯한 굉음이 들려오고 이방인들이 나타났습니다.

귀가 예민한 듀공에게 그것은 지옥과 같은 순간이었죠.

 

 

이방인들은 폭약어로기법이라는 불법적인 방법으로 물고기를 잡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하는 굉음과 함께 주변의 암초와 거기에 의존해 사는 수많은 생물들이 죽어갔습니다.

 

 

산호는 갈갈이 찢어지고, 폭약을 터트린 사람들은

죽은 물고기들을 손으로 주워 돌아갔습니다.

 

이방인들은 조잡한 장비와 폭발물 때문에 목숨을 잃거나 잠수병으로 고생하기도 하지만

전통적인 낚시방법보다 비용이 덜 든다는 이유로

폭약어뢰기법을 쓰는 어부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만타나니 주변의 물고기들이 줄어드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었습니다.

 

 

폭약이 터지는 것은 순간이지만,

죽어버린 산호들이 다시 살아나는 데는 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방인들의 등장과 함께 듀공은 모습을 감춰버렸고

딘의 시간도 점점 흘러갑니다.

 

 

 

몇 달 후, 소년과 듀공은 잠시 재회를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함께 할 수가 없다는 것을 서로 잘 알고 있습니다.

듀공도 이제는 가족을 이끄는 어엿한 가장이 되었고,

딘 역시 만타나니 섬을 떠나 좀 더 큰 마을로 가 학교를 다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소년과 듀공의 우정이 말레이시아 언론에 알려지면서

폭약어로기법으로 물고기를 잡는 어부들을 단속하게 되었고,

덕분에 듀공 가족은 조금은 안전해진 환경에서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주 특별한 우정이 지켜낸 바다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갈 소년과 듀공.

 

하지만 바다에서 보낸 이 시간들은

아주 오래도록 마음 속에 가장 소중한 시간으로 남을 것입니다.

 

<출처: 120118 EBS 다큐10+<듀공과 소년>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