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기자단(1~10기)/3기

수몰된 폼페이, 해저도시 파블로페트리에 가다

NIFS 2012. 2. 17. 13:31

 

 

그리스 본토 남쪽 해안.

이 바다 아래에는 5000여년 전에 세워진 도시의 잔해가 남아 있습니다.

 

이 잔해의 주인공은 서양문명이 시작되던 시기에 2000년 동안이나 번성했던 도시였죠.

수세식 화장실과 배수시설을 갖춘 2층 건물이 있었고 사람들은 글을 썼습니다.

정비된 건물과 거리를 갖춘 유럽 최초의 도시 중 하나였고

생활 방식 역시 지금의 현대인과 크게 다를 게 없었죠.

 

그런데 이런 고도의 문명을 갖춘 도시가 바다에 가라앉았습니다.

대체 그들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수몰된 폼페이, 시간이 정지한 도시 파블로페트리의 비밀의 이야기를 들어봅시다.

 

 

파블로페트리는 3000년전 청동기 시대에 세워진 도시였습니다.

당시는 트로이의 시대이자 아가멤논과 호머의 시대였습니다.

 

청동기는 큰 변화의 시대로 사람들이 처음으로 마을을 이루며 살았고 문화와 사상의 교류도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해안 가까이에 세운 도시라는 것이 당시로서는 꽤 드문 일이었다고 하는군요.

 

펠로포네소스 남쪽 라쿠니아 해안에 위치한 이 지역은 강력한 지진과 쓰나미가

빈번했기 때문에 해안마을은 늘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파블로페트리는 대체 왜 이런 위험한 곳에 만들어졌던 것일가요?

그리고 누가 살았고 무엇을 했으며 도시가 수몰되던 바로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고고탐사팀은 21세기 과학 기술을 총동원했습니다.

 

21세기 과학기술을 동원해 삼차원 현장 측량이 가능한 제도장비를 총동원하고

복원을 위해 영화 시각효과전문가까지 가세했습니다.

 

 

파블로페트리의 본래 모습을 복원하기 위한 첫 단계 작업은

역시 바다 속에 잠들어 있는 당시 사람들의 유물을 채집하는 것.

 

 

다이버들은 바다의 바닥을 더듬어  

수프나 콩을 요리하는데 썼을 법한 청동기 시대의 그릇이나 주전자

과일과 곡물 등을 가는데 이용했던 도구 등을 발견합니다.

 

 

또 일렬로 늘어선 돌길을 따라 도시의 주요 도로망을 가늠하고

건물의 주춧돌 역할을 했던 독특한 돌을 찾아다닙니다.

 

 

다음 단계는 수중탐사팀이 발견한 실제 자료를 이용해

유물을 포함한 도시 전체를 재창조해서

과거 도시의 모습을 실감나게 재현하는 것, 바로 영화 시각효과전문가의 몫입니다.

 

 

 

 

 

이제 수중 탐험이 끝나면 하늘길을 따라 도시의 흔적을 더듬습니다.

지중해 동부를 누비던 배들이 바로 이 도시에서 교역을 했다고 합니다.

 

배가 정박하기 쉬운 모래사장과 맞닿은 곳에 도시가 있었을 것입니다.

바로 이 곳, 안전한 모래사장이 청동기 시대의 항구였을 것입니다.

 

파블로페트리가 존재했던 시기는 마지막 빙하기 이후 빙하가 계속 녹으며 해수면이 상승하던 때.

혹시 계속되는 침수로 바다에 가라앉은 것은 아닐까.

하지만 침수에는 다른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리스는 지질학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불안한 지역 중 하나.

역사적으로도 그리스는 끔직한 지진과 화산폭발, 거대한 쓰나미 등을 경험했습니다.

이 파블로페트리 역시 끔찍한 지진의 재앙으로 인한 수몰설이 가장 높은 설득력을 가집니다.

 

 

 

그렇다면 그 근거는 무엇일까요?

바로 이 모든 해답은 독특한 바위들에서 찾을 수 있었는데.

마치 콘크리트로 포장된 도로처럼 길게 뻗어있는 것이 사실 화석화된 해안선이라고 합니다.   

 

 

 

저기 돌처럼 보이는 길게 이어진 길은 햇빛과 바닷물이 모래에 작용해서 생긴 천연 시멘트.

이것으로 과거의 해수면이 어디였는지 가늠할 수 있죠.

 

비치룩이라는 퇴적암으로 이루어진 이 띠들은 모래사장과 평행하게 생겨납니다.

해변가에만 형성되기 때문에 해변의 시대적 위치를 알 수 있죠.

각각의 띠에서 샘플을 채취, 분석결과에 따라 언제 파블로페트리가 물에 잠겼는지를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연달아 나 있는 비치룩 띠는 한 번 이상의 지진이 있었음을 뜻합니다.

탄소연대측정결과 파블로페트리는 3번의 지진을 겪었으며 가라앉았으며

첫번째 지진은 기원전 1000년 경에 발생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파블로페트리는 기원전 1000년 경부터 지진으로 인해 서서히 바다속으로 가라앉았습니다.

 

 

 

하지만 진짜 도시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더 자세한 조사가 필요했고

21세기 첨단 기술이 고고학 탐사에 동원됐습니다.

 

 

3차원의 해저지도 제작방법을 연구해온 과학자들이 개발한 장비가 사용되었는데,

카메라 2대가 장착된 서핑보드 형태의 장비로

인간이 두 눈으로 물체와 물체 사이의 거리를 재는 것과 같이

카메라 2대로 바위나 해저까지의 거리를 측정한 뒤

두 사진을 이용해 해당 지역의 3차원 영상을 만드는 장비이죠.

 

 

이 사진이 실제 다이버릭이 촬영한 바닷 속 모습입니다.

건물의 측면과 가장자리를 촬영한 것인데요. 사진을 보면 작은 돌맹이 하나하나까지 다 보입니다.

건물의 기초가 된 돌들을 하나하나 다 셀 수 있을 정도.

 

탐사지역 곳곳을 다니며 수천장의 사진을 찍어 온 과학자들의 노력과

미리미터 단위까지 정확한 3차원 지도덕분에 드디어 파블로페트리가 복원되었습니다.

 

 

 

 

 

유물조각과 주춧돌 등을 하나하나 복원해 만든 이 모습이 실제 도시와 매우 흡사할 것입니다.

 

 

도시의 일부는 파도에 쓸려가 소실되고 말았지만

 수몰된 폼페이, 시간이 정지된 이 도시에서 우리는 청동기 시대의 삶을 엿볼 수 있습니다.

 

발견된 유물의 연대로 미루어볼 때 도시는 전성기 때인 기원전 1600년 경의 것으로 

구획이 잘 정비되어 있고, 시민들은 이웃과 함께 어울려 살았습니다.

커다란 집엔 마당이 있고 2층 침실에서는 바다가 보였습니다.

 

상인들과 기능공, 서기, 관리는 물론 매춘부와 노예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죠.

 

 

파블로페트리는 에게해에서 크레타 섬, 지중해 동부까지 교역을 했던 도시로

아주 복잡하게 발전했던, 역동적인 항구 도시이자 그리스 본토로 가던 관문이었습니다.

단순히 수입과 수출이 이뤄지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이 만나고 서로 다른 문화가 만나는 곳이었습니다.

 

 

21세기 과학이 선물한 옛 선인들과의 교감 속에서

우리는 한 순간 자연으로부터 모든 것을 잃은 선조들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무엇일지 한 번 쯤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출처: 120110 EBS <해저에 잠든 도시, 파블로페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