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기자단(1~10기)/8기

연안 직벽방파제에는 어떤 생물들이 살고 있을까

NIFS 2016. 10. 4. 13:25

연안 직벽방파제에는 어떤 생물들이 살고 있을까


안녕하세요. 이번에 새롭게 국립수산과학원 Sea Science Reporter로 임명된 형준호입니다.

수과원 기자로서 처음으로 쓰는 기사라 어떤 주제로 시작할지 고민하다가 그동안 수과원 블로그에 올라오지 않았던 연안 방파제 탐사에 대한 것으로 첫 기사를 써보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방파제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테트라포드'형 방파제를 떠올리지만, 내만의 경우에는 선착장으로 이용하기 위해 단순히 직벽으로 만들어놓은 경우가 많습니다.

내만이다보니 해류가 약하고 파도또한 거의 치지 않기때문에 소형어류나 치어들이 많이 몰려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어떤 어종들이 잡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9월 24일에 방문한 부경대학교 뒤편에 있는 남천항입니다. 






꼬마청황(Parioglossus dotui)이 제일 먼저 모습을 보여주네요.

농어목 청황문절과에 속합니다. 여러 마리가 군영하는 모습을 조수 웅덩이나 얕은 내만에서 가끔씩 관찰할 수 있는데요.

사실 학교뒤 남천항을 그동안 여러번 다녔지만 이렇게 꼬마청황을 직접 보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남해안~제주도에 분포하는 종인데 그만큼 우리바다의 수온이 올라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산란기는 7월~9월로 알려져 있는데 이 때 암,수 모두 아가미 뚜껑부위에 푸른색의 네온빛을 띈답니다.

잡힌녀석은 아마도 산란이 끝났거나 스트레스로 인해 발색이 잘 보이지 않는것 같네요.







직벽방파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흰줄망둑(Pterogobius zonoleucus) 입니다.

사계절 내내 직벽에서 관찰되고 연분홍색 바탕에 주황색, 흰색 줄무늬를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죠.

지느러미는 푸른색, 분홍색, 노란색 등을 띄고 있습니다.

관상용 해수어로서 손색없는 아름다움이지만 수조내 사육시 고온에 폐사하는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도 사료순치도 무난하고 입문용으로는 더없이 좋은 녀석이죠.





조피볼락(Sebastes schlegelii)입니다.

기둥주변에서 유영하고 있는 녀석이였는데 뜰채를 갖다대니 바로 잡혀주네요.

횟집에서 한번씩 봤다는 생각을 하실텐데 맞습니다. 흔히 양식되는 해산어이죠.

우리나라 전 연안에 서식하며 알이 아닌 새끼를 낳는 난태생입니다.


 




두줄베도라치(Petroscirtes breviceps)도 직벽에서 많이 보였습니다.

농어목 청베도라치과에 속하며 캔, 유리병, 소라껍질 속에 알을 낳고 지키는 녀석이죠. 그래서 수중촬영작가들한테 인기가 많다네요.

몸을 숨기고 머리만 드러내놓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정말 귀엽죠.

실제로 수조내에서도 산란이 가능하고 치어도 로티퍼(rotifer-일반적으로 양식장에서 이제 막 부화한 자,치어의 먹이로 쓰이는 가장 작은 먹이생물)를 먹이면서 충분히 사육이 가능하다고 하네요. 알을 밴 것 같은 배가 불룩한 녀석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예전에 성어는 아니고 유어급의 사이즈를 잡아서 키워봤는데 사료도 잘 먹고 적응력도 강했던 기억이 나네요.


 




직벽에서 이 친구들이 빠지면 섭섭하죠.

그물코쥐치(Rudarius ercodes) 입니다. 아마 이 사진 보는순간 누구나 어 쥐치다 생각했을겁니다.

그 쥐치와 같은 쥐치과이긴 하지만 얘들은 쥐치보다 크기가 작고 짙은 갈색, 갈색, 흰색, 초록색 등의 다양한 체색변이가 나타나는게 특징이죠. 수조에서 사육시 밤에는 여과기 입수구나 돌 등을 물고 자고 있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움직임도 느려서 뜰채로 채집할 수 있는 가장 쉬운 토종해수어입니다.


 



 

민베도라치(Zoarchias glaber) 몇 마리가 직벽에서 미꾸라치처럼 꿈틀거리는 것을 뜰채로 채집했습니다.

물론 미꾸라지와 딴판의 생김새지만 미끌미끌함 만큼은 다를바 없다고 쳐주고 싶네요. 이 녀석 또한 체색변이가 일어나 초록색, 붉은색, 흰색 등의 다양한 체색을 가집니다. 


 




놀래기(Halichoeres tenuispinis) 치어들도 직벽에서 먹이를 찾고 있었는데요. 힘겹게 겨우 3마리를 채집할 수 있었습니다.

해양관련다큐에서 자이언트 그루퍼, 곰치같은 대형어류의 아가미나 입속을 청소해주는 파란색 물고기를 다들 한번쯤은 보셨을 겁니다. 사실 그 어류는 청소놀래기(cleaner wrasse)라고 하구요. 위의 놀래기는 체형과 체색은 다르지만 같은 놀래기과에 속합니다.

횟집 수조에 자주 있는것을 볼 수 있는데 저 푸르고, 붉은 체색을 볼 때마다 횟집수조에 있기에는 너무 아까운 어류들이죠.

실제로 관상용 해수어에는 여러종류의 놀래기가 수입되고 있습니다.

놀래기가 한가지 특이한건 성장하면서 암컷->수컷으로 성변환이 일어난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요새 보이는 놀래기 치어들은 모두 암컷으로 볼 수 있겠네요.


 




개인적으로 잡기를 꺼려하는 어류인데요. 매번 채집할때마다 안보는 날이 없습니다.

연안 직벽방파제의 얼굴마담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미역치(Hypodytes rubripinnis)입니다. 쏨뱅이목 양볼락과에 속하는 어류이고 등지느러미에 가시에 독을 가지고 있어서 조심해야 합니다. 갯바위 낚시에도 종종 잡히는 어종인데요. 예전에 바늘 빼려고 잘못 만졌다가 쏘인적이 있었는데

거의 말벌에 쏘이는 것에 맞먹습니다. 뭐라 말로 표현할수 없는 고통인데요. 그 후로는 저녀석만 보면 트라우마가 생기는것 같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바로 그 이름이 맞습니다.

해마(Hippocampus coronatus)

남천항에서 해마를 보는건 3년만이네요. 우리나라에는 해마 외에도 산호해마, 복해마, 가시해마, 점해마, 신도해마 등이 보고되어 있는데요. 돌기의 수나 머리의 모양에서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서식하는 수심도 어느정도 다릅니다.

수컷이 육아낭을 가지고 있어 알을 부화시키는 특이한 산란습성을 가지고 있지요.

저처럼 뜰채로 토종 해수어를 채집하는 사람들도 우연히 조류나 해초를 긁다가 해마를 채집하곤 합니다. 잡히는 대부분의 해마의 종은 그냥 '해마'입니다. 중국에서 해마가 몸에 좋다고 많은 양을 수입하고 남획과 서식지 파괴에 따라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종으로 되어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과거에 페이스북에 뭐만 하면 사망하는 생물로 개복치와 더불어 주목을 받기도 했는데요. 사실상 그건 과장된 표현이지만 사육난이도가 상급인건 사실입니다. 움직이는 먹이 및 냉동 곤쟁이에만 먹이반응을 보이고 수류를 싫어하는 등 사육조건이 여간 까다롭기 그지없죠. 그래도 생김새부터 산란과정까지 모든게 신기한건 사실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이런저런 고기를 채집했다고 하면 '관심없다'는 반응인데 해마를 잡았다고 하면 마치 영물이나 상상의 동물을 보는것 같은 반응을 보이더군요.






직벽에서 해수어 채집하는데 있어서 필수요소인 뜰채입니다. 사실 뜰채 하나만 있으면 바다에서 하루가 다 가도록 놀아도 시간가는줄 모르겠네요.

물론 채집한다고 평소에 쓰지않는 근육을 써서 당일과 다음날은 몸살에 시달립니다만 새로운 어종을 만나보는 즐거움에 비하면 충분히 감수할만 합니다.

전에 봤던 글이 문득 생각나네요. 한 사람의 꿈이 해양학자였는데 그 이유가 바다는 느낌표보다는 물음표가 많아서 였다고 합니다. 무슨말이지 싶겠지만 바다에 갈 때마다 새로운 어종, 새로운 생물을 만나보니 이제는 이해가 갑니다.

급하게 데워지고 식어지는 육지에 비하면 바다는 온도변화가 심하지 않기때문에 서늘한 가을날씨는 채집의 본격적인 시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무더웠던 지난 여름동안 난류를 타고 올라온 여러 열대어종들이 어느덧 우리바다에 정착해있는 시기이니까요. 다가오는 주말, 작을 뜰채라도 들고 근처 바닷가로, 조간대로 나가보는건 어떨까요.

아마 생각지도 못한 생물들이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